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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춘희 할머님, 더 오래 사셨어야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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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춘희 할머님, 더 오래 사셨어야 했는데..."

입력
2014.06.1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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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카와 히토시 일본 헌법연구소 사무국장이 11일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수요집회에 참석,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와 악수하고 있다. 김주성기자 poem@hk.co.kr
오오카와 히토시 일본 헌법연구소 사무국장이 11일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수요집회에 참석,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와 악수하고 있다. 김주성기자 poem@hk.co.kr

수요집회에서 추도 묵념

日법조·출판인들도 참석

“일동 묵념.” 11일 낮 12시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1,130차 수요집회는 8일 세상을 떠난 위안부 피해자 배춘희(91) 할머니를 기리는 묵념으로 시작했다.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88) 이용수(85) 할머니 옆 의자에는 배 할머니의 생전 모습 사진이 놓였다.

한국염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공동대표는 단재 신채호 선생의 말을 인용하며 “가만히 있는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 우리는 위안부 문제에 있어 가만히 있지 않았기 때문에 여기까지 왔다”고 말하며 집회를 시작했다.

이용수 할머니가 자유발언을 할 때 분위기는 더욱 숙연해졌다. 이 할머니는 “할머니들이 오래오래 살아서 (위안부 문제가) 어떻게 해결되는지 보고 가야 하는데”라며 울음을 삼켰다. 그는 “배 언니가 먼저 가버려 마음이 너무 아프다”며 “배 언니, 아픈 것도 없고 좋은 하늘나라 가서 우리가 열심히 싸울 수 있도록 힘을 주세요”라고 덧붙였다.

여느 때보다 무거운 분위기로 진행된 이날 집회에 참석한 100여명 중에는 한국의 국민참여재판을 연구하기 위해 9일 방한한 오오카와 히토시 헌법연구소 사무국장 등 법조ㆍ출판계 인사 6명과 국내 대학에 유학 중인 여대생 등 일본인 7명이 있었다.

이날 오후 귀국길에 앞서 수요집회를 꼭 보고 싶었다는 쿠시자키 히로시(57) 일본평론사 대표는 “(일본)정부는 위안부 문제를 인정하고 있지 않겠지만 일본의 책임을 인정하는 일본 시민들은 많다”며 “일본 정부가 전쟁과 위안부 문제 해결의 책임을 져야 하며, 이는 전세계 인권의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쿠시자키씨는 1999년 나눔의 집을 찾아 배 할머니를 만났었다. 그가 운영하는 출판사는 위안부 관련 서적을 여러 권 출간하기도 했다. 오오카와 히토시(53) 일본 헌법연구소 사무국장은 집회 후 이 할머니에게 “건강하시라”는 인사를 전하고, 위안부 소녀상을 둘러본 뒤 귀국길에 올랐다.

성공회대에서 유학 중인 쿠누기 에나양은 “일본에서는 위안부와 관련한 사실은 가르치지도 않고 언론 보도도 안 나온다”며 “집회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오는 걸 보고 놀랐다”고 말했다.

안아람기자 onesh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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