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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와 평화체제

입력
2014.06.1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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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남북관계는 한미 군사연습과 남북한 각각의 국내정치 등과 밀접한 연관 속에서 움직인다. 남측의 중요한 정치 일정인 6·4 지방선거가 끝났다. 이제 또 다시 남북관계 복원을 위한 움직임을 본격화할 시기로 접어들었다. 6월부터 8월 사이에 남북관계를 복원하지 못하면 올해 남북관계 복원이 어려울 수도 있다. 8월 중순부터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이 시작되면 남북관계는 다시 경색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북한은 남측에 새 정부가 출범하면 어김없이 1?2년간 남북관계 설정을 위한 기 싸움을 했다.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험악했던 1년 간의 남북관계를 조기에 수습하고자 남과 북 모두 연초부터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 2월 남과 북은 고위급접촉을 갖고 상호 비방·중상 중지를 합의하는 등 남북관계 복원의 첫 발걸음을 내디뎠다. 하지만 합의 이후 오히려 남북갈등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합의 이행을 통해 신뢰를 쌓기보다는 합의문의 해석과 이행을 둘러싼 갈등으로 불신이 커졌다.

남북관계 복원이 어려운 근본문제는 정전협정에 기초한 분단체제의 구조적인 문제에서 찾을 수 있다. 정전협정 당사자들은 61년이 지나도록 이를 평화협정으로 전환하지 못하고 있다. 국제법적으로 보면 북한과 미국은 현재도 교전상태다. 북한은 핵무기개발의 명분을 북미 적대관계에서 찾고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맞서 한미는 한반도에서 장기간 군사연습을 실시한다. 한미 군사연습이 진행되면 잘나가던 남북관계가 다시 경색되는 과정을 되풀이 하고 있다.

평화협정 체결문제는 남북관계 복원과 분단체제 해소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은 평화협정을 통해 북미 적대관계를 해소해야 핵문제 등 한반도 여러 현안을 해결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북한은 핵문제 해결을 평화협정 체결과 불가분의 관계로 본다. 하지만 한미는 북한의 평화협정 체결 의도가 미군철수에 있다고 보고 선 핵폐기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 4월에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2015년으로 예정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시기를 또다시 연기하기로 합의했다. 한미의 생각은 평화체제 구축보다는 한미동맹 강화를 통한 대북 억지에 주력하겠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전작권 전환 연기 움직임은 핵을 가진 북한과 화해협력을 하기 어렵다고 보고 제재와 압력을 지속하면서 북한을 굴복시키겠다는 의지의 표시로 보인다. 북한이 지속적으로 문제 삼던 김관진 국방부 장관을 국가안보실장에 임명한 것도 남북관계 복원 보다는 대북억지에 주력하겠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역사적 경험에 의하면 남북관계 진전 여부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밀접한 연관성 속에서 움직이고 있다. 2000년과 2007년에 남북정상회담이 추진될 무렵에는 남북 공존과 함께 북미 적대관계 해소 가능성이란 ‘기회의 창’이 열려 있었다. 두 차례 남북정상회담이 이뤄진 배경에 김대중 대통령의 한반도 냉전구조해체 구상과 노무현 정부 때 부시 대통령의 종전선언 용의 발언이 있었다는 것을 무시하기 어렵다. 정상회담 추진 당시 북한은 남북관계에서 화해협력도 고려했지만 한반도 냉전구조 해체와 종전선언 추진에 더 큰 기대를 걸었는지도 모른다. 북한은 서울을 통해야 워싱턴이든 도쿄든 갈 수 있다고 보고 먼저 서울과의 관계를 정상화하고 미국과 적대관계 해소 및 평화협정 또는 불가침조약을 모색했다. 결국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가능성이 높을 때 남북관계도 진전될 수 있었고 그렇지 않으면 남북관계도 정체되는 모습을 보였다.

박근혜 정부는 북핵불용의 원칙을 내세우고 북핵문제가 먼저 해결돼야 한반도신뢰프로세스를 본격화 할 수 있다고 할 뿐 평화협정 체결과 관련한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이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 위협이 지속되는 한 평화체제 구축보다는 안보를 강화하면서 북한의 태도변화나 급변사태를 기다려 보겠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그랜드 디자인 없이는 남북관계 복원도, 신뢰 프로세스의 가동도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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