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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천광청 미국 망명은 한인 해럴드 고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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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천광청 미국 망명은 한인 해럴드 고의 작품"

입력
2014.06.11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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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턴 회고록서 밝혀

지난 2012년 미국으로 망명한 중국인 인권변호사 천광청(陳光誠)씨의 망명 해법을 막후에 기획한 인물이 한국계 미국인 해럴드 고(한국명 고홍주) 전 미국 국무부 법률고문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출간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회고록 힘든 선택들(Hard Choices)에 따르면 2012년 4월 25일 당시 중국의 벽지를 여행 중이던 고 고문은 국무장관 비서실장인 셰릴 밀스에게서 “보안 통화에 접근하려면 얼마나 걸리느냐”는 전화를 받았다. 천광청 문제로 베이징(北京)으로 긴급히 와달라는 호출명령이었다.

당시 천광청은 베이징 주재 미국 대사관의 보호 하에 있었으며 그의 신병처리를 둘러싸고 미중간에 첨예한 외교적 줄다리기가 진행되던 와중이었다. 미중 전략경제대화를 불과 일주일 앞둔 클린턴 장관으로서는 이 사건을 잡음 없이 풀어낼 묘안이 필요했다. 평소 신임해온 예일대 법대 학장 출신의 고 고문에게 SOS를 보냈다.

중국 정부는 천광청을 “사기꾼”이라며 즉각 신병을 넘기라고 위협했지만 천광청은 미국으로 망명하지는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중국에 남아 법을 공부하면서 중국 사회의 개혁작업을 계속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반체제 인사들이 외국으로 망명한 이후 급속히 영향력을 잃는 것도 감안했다.

고 고문은 천광청의 이 같은 우려에 공감했다. 부모가 망명자인 고 고문은 천광청이 중국을 떠날 경우 어떤 어려움을 겪게 될지를 감동적으로 얘기했다는 후문이다. 고 고문은 미중 전략경제대화를 앞둔 시점에서 중국의 체면을 살려주면서도 중국 인권운동의 상징으로 부상한 천광청의 인도주의적 요구를 수용하는 절충안을 모색했다. 고민 끝에 나온 안은 천광청을 베이징에서 떨어진 법대에서 2년 정도 공부토록 한 뒤 미국 대학으로 유학을 보내는 것이었다. 망명이 아니라 중국내 일정기간 체류 후 유학이라는 카드를 택함으로써 미중 양국 모두 난처한 국면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윈윈 해법을 찾은 것이었다.

이에 따라 빌 번스 국무부 부장관과 추이톈카이(崔天凱) 외교부 부부장간에 담판이 있었고 결국 고 고문의 절충안이 채택됐다. 미중 전략경제대화를 하루 앞둔 5월 2일 천광청은 주미 대사관을 나와 가족들에게 인계됐고 곧바로 베이징 시내 한 병원에 입원했다.

그러나 천광청이 느닷없이 입장을 바꾸면서 상황이 꼬이기 시작했다. 미·중 대화가 진행되는 와중에 천광청이 미국 기자들에게 "나는 지금 불안하다" "미국인들이 나를 내보냈다" "미국으로 망명하고 싶다"고 말한 내용이 속보로 뜨기 시작한 것이었다. 천광청으로서는 중국 정부의 약속을 그대로 믿기 어려웠던 것이다.

이는 연말 대선을 앞두고 내연하던 미국 정치권 공방에 기름을 끼얹은 형국이 됐다. 존 베이너 하원의장이 공세의 전면에 나섰고 밋 롬니 공화당 대선 예비후보는 “자유에는 어둠의 날이고 오바마 행정부에는 치욕의 날”이라는 독설을 퍼부었다. 상황이 복잡해지자 급기야 이 사건을 초기부터 다뤄온 커트 캠벨 동아태 차관보가 사의를 표했다. 그러나 클린턴 장관은 이를 만류하고 새로운 수정안을 마련하자며 사기를 북돋웠다.

클린턴 장관은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과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를 예방하기에 앞서 5월 4일 다이빙궈 외교담당 국무위원과 만나 담판을 시도했다. 고 고문의 절충안을 토대로 하되 당초 2년 정도 중국내에 체류하는 절차를 생략하고 곧바로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는 안을 제시한 것이었다. 미중 대화를 성공리에 마무리해야 하는 다이빙궈는 결국 이를 수용했다. 그리고 5월 19일 병원을 나온 천광청은 베이징공항을 출발해 유나이티드 항공(UA)편으로 미국에 도착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회고록에서 ‘이번 사건은 처음부터 아슬아슬한 외줄타기 같은 것이었다’며 ‘그러나 그것이 가치 있는 일이었다고 믿는다’고 술회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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