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자 수 3개월 연속 감소
유럽ㆍ中 공격적 부양 상황에도
물가불안 우려 금리인하 희박
오늘 금통위 기준금리 동결 전망
기재부, 추경 카드도 "불가능"
지방선거 이후 정부의 최우선 과제 중 하나는 ‘경기 부양’이다. 4월 세월호 참사 이후 꽁꽁 얼어붙은 경기가 좀처럼 풀릴 기색을 보이지 않는 탓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10일 청와대에서 “위축된 소비심리를 조기에 회복하지 못하면 생산과 투자 감소로 이어져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고 강조했을 정도다.
경고등은 곳곳에서 켜지고 있다. 통계청이 11일 내놓은 고용동향을 보면 지난달 취업자는 작년 같은 달보다 41만3,000명 늘어나는데 그쳤다. 2월 83만5,000명 증가한 이후 3개월 연속 감소세다. 통계청은 고용증가세 둔화의 이유를 “세월호 사고 여파로 관련 서비스업종이 위축됐기 때문”이라 분석했다. 무엇보다 청년 취업자가 줄었다는 게 예사롭지 않다. 20대 취업자는 9개월만에 감소세(-1만1,000명)로 돌아섰고, 30대 취업자 역시 4만2,000명 줄었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5월 중 금융시장 동향’자료를 보면 이례적으로 마이너스통장 등 기타대출이 크게 줄었다. 감소액은 1,000억원 가량. 한은이 해당 통계를 파악하기 시작한 2003년 이후 소비심리가 1년 중 가장 두드러지는 5월에 마이너스 통장 등 기타대출이 감소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기획재정부가 전날 내놓은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을 봐도 세월호 참사로 위축된 민간소비는 좀처럼 회복할 기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4월 소매판매는 내구재, 비내구재 할 것 없이 모두 줄어 전월보다 1.7% 떨어졌다.
이처럼 부양이 시급하다는 시그널은 이어지지만 정부는 부양책을 밀어붙일 만한 ‘카드’를 딱히 손에 쥔 게 없다. 지금 미국을 제외한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경쟁적으로 돈을 풀어서 경기 부양에 나서고 있는 상황. 특히 유럽중앙은행(ECB)은 사상 유례없는 마이너스 금리를 단행했고, 중국 인민은행은 중소은행에 대한 지급준비율을 내렸다. 일본 역시 엔저와 더불어 대규모 금융완화를 지속할 방침임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우리도 금리 인하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현실적으로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당장 12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한국은행은 2013년 5월 이후 1년 동안 지탱하고 있는 기준금리(연 2.5%)를 동결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미 이주열 총재가 물가 안정을 우선시하며 향후 금리 정책의 큰 방향을 ‘인상’쪽으로 잡은 상황에서 경기 부양을 원하는 정부와 발을 맞추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달 말 하반기 경제운용방향을 준비 중인 정부 역시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정부는 이미 재정 조기 집행과 공무원 복지포인트 조기 사용 등의 대책을 내놓은 상황. 이번에는 소비 및 투자 진작책을 담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내놓을 수 있는 카드가 바닥을 드러낸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가장 확실한 카드인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추경 편성의 엄격한 요건 상 현실성은 크게 떨어진다. 기재부가 “국가재정법상 추경은 불가능하다”고 못을 박고 있을 정도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침체기로 경기 판단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실 거시적인 정책 대안들을 내놓기는 어렵다”며 “이래저래 어려운 형국”이라고 말했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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