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전국 곳곳의 어르신들
지각 한 번 없이 찾아 뵀는데
갑작스런 하차 아쉽고 섭섭
노인 위한 프로그램 거의 없는
지금의 지상파 방송 현실 씁쓸해
더 많은 전문 방송 생겨났으면
뭐든 맡았다 하면 장수 진행자로 정평이 나있는 ‘뽀빠이’ 이상용(70)이 1일 MBC ‘늘 푸른 인생’에서 하차했다. 2003년 5월부터 11년간 일요일 아침 6시30분 안방을 찾아 특유의 입담으로 어르신들을 미소짓게 했던 그다.
이상용은 11일 한국일보와 만나 “11년간 진행하면서 단 한번의 지각 없이 어르신들을 찾아 뵀는데 사전 통보를 받지 못한 채 물러나게 돼 속상하다”고 말했다. ‘늘 푸른 인생’은 외주 제작사가 만드는 프로그램인데 이상용은 5월말 갑작스레 프로그램 제작 중단을 통보 받았다고 말했다. 당시 그는 강원 양구와 인제 등을 사전 답사하고 촬영을 남겨두고 있었다.
“뽀빠이를 기다리는 어르신들께 미안한 마음입니다. 어르신들에게 추억을 만들어드리고 싶었는데…”
이상용은 눈시울을 적실 정도로 ‘늘 푸른 인생’에 애착을 드러냈다. MBC ‘늘 푸른 인생’ 홈페이지에는 그의 얼굴이 메인 사진으로 여전히 떠있다.
프로그램 특성상 수도권을 벗어나 전남 진도와 강진, 강원 정선 등 먼 지역으로만 떠나곤 했다. 그러다 보니 왕복 10시간 넘는 여정길이 일흔의 진행자에게는 무척이나 버거웠다. 그는 10명 이상의 스태프와 촬영장비를 가득 실은 승합차로 함께 움직이며 11년 동안 고속도로를 달렸다. MBC ‘우정의 무대’를 11년, KBS ‘모이자 노래하자’는 16년, KBS ‘출발 동서남북’ 9년, KBS ‘라디오 위문열차’ 15년 등 오랫동안 한 자리를 지켜온 그로서는 남다른 책임감으로 임했을 게 분명하다.
그는 “요새 강호동이나 유재석 등 스타급 진행자의 한 회 출연료보다 적은 금액으로 어렵게 만든 프로그램인 만큼 더 아쉽고 섭섭하다”면서도 또 다른 계획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100세 시대인데 지상파 방송에서 노인 관련 프로그램을 거의 찾아 볼 수 없습니다. 사회가 점점 노령화하는데 문화는 그들의 요구를 채워주지 못하는 것이죠. 그래서 떠올린 게 ‘65세 이상 전국노래자랑’과 홀로 된 노인에게 짝을 찾아주는 재혼 관련 프로그램이죠. 노인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이 절실한 걸 방송사들은 왜 모를까요.”
이상용은 최근 이런 아이템을 갖고 케이블 방송사와 종편 관계자들을 만났다. 그는 “먼저 러브콜을 보내오는 방송사와 노인전문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의 무궁무진한 아이디어는 바쁜 생활 속에서 나온다. 그의 스케줄 수첩에는 한 달에 50~60개의 강연 일정이 적혀있다. 기업이나 군부대, 시도군청 등 다양한 곳에서 그의 강연을 기다린다. 오랜 방송 생활로 녹슬지 않은 그의 입담을 찾는 이들이 많은 듯하다.
“수십 년 동안 아이들과 군인 하면 떠오르던 사람이 뽀빠이 이상용이었을 겁니다. ‘늘 푸른 인생’을 오랫동안 진행해서인지 이제는 노인전문 진행자로 불리고 싶어요. 어르신들 프로그램에 언제든지 달려갈 수 있도록 체력관리는 기본입니다. 하하.”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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