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건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금융사고·내부 갈등 등 탈락 예상 깨고 극적 반전
인수 땐 자산규모 400조대 비은행 부문 강화 발판 마련
금융위 승인이 변수
기관경고 징계 가능성 불구 "지주사는 해당 안 돼" 기대
KB금융지주가 LIG손해보험을 인수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고객정보 유출 등 각종 금융사고에 전산시스템 교체 과정에서 빚은 내부갈등, 그로 인한 초유의 징계 예고까지 이어지면서 후보에서 탈락이 예상됐던 점에서 극적인 반전에 성공한 셈이다. 이제는 KB금융이 최종 인수까지 무사히 성공해 그간 인수ㆍ합병(M&A) 잔혹사를 불식시키고 ‘비은행부문 강화’라는 숙원을 풀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은 금융당국의 자회사 승인심사를 통과한다는 조건에 따라 조건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우선협상권은 26일까지(2주간) 배타적으로 유지된다. 차순위 협상대상자는 동양생명ㆍ보고펀드로 알려졌다.
KB금융은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운 롯데그룹과 협상력이 우수한 동양생명 등과 함께 주요 인수후보로 꼽혀왔다.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이 2월부터 직접 LIG손보 인수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진두지휘할 정도로 애착이 강했다.
하지만 올 초 KB국민카드의 정보유출과 최근 국민은행 전산시스템 교체 논란 등으로 사실상 LIG손보 인수에 공들일 여력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인수후보에서도 배제되는 듯했다. 실제 임 회장은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사전통보 받아 확정될 경우 퇴진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고, KB금융 역시 기관경고가 통보돼 인수전에서 사실상 탈락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시장의 예상은 빗나갔다. KB금융은 지난달 20일 본입찰에서 인수가격을 6,400억원 안팎으로 써내면서 큰손으로 통했던 롯데그룹의 6,500억원과의 차이를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구자원 LG 회장 일가 등 LIG손보 대주주들이 롯데가 아닌, KB금융을 선호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룹 핵심계열사인 LIG손보를 불가피하게 매각하지만 경쟁사였던 롯데그룹에 넘길 수 없다는 의중이었다는 것. 또 LIG손보 노조가 경쟁자였던 롯데ㆍ동양생명 등을 새 주인으로 반대했다는 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된다. 박석현 LIG손보 노조 부위원장은 “기존에 손해보험업을 운영하고 있는 롯데그룹에 인수된다면 영업력이 망가질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며 “금융회사 인지도가 높은 KB금융과의 시너지 효과를 고려해보면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LIG손보를 품에 안을 경우 KB금융은 총 자산이 400조원대로 껑충 뛰어오른다. 1분기 기준으로 KB금융의 자산은 387조6,000억원으로, 22조1,000억원의 자산을 흡수하게 되면 자산이 400조원을 훌쩍 넘는다. 엇비슷한 자산을 보유했던 하나금융(383조2,000억원), 신한금융(382조1,000억원) 등 경쟁사들과 격차를 크게 벌일 수 있게 된 것. 여기에 숙원이던 ‘비은행부문 강화’를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는 데 의미가 더해진다. KB금융 관계자는 “임직원 3,500여명, 전속보험설계사 1만여명 등으로 구성된 업계 상위권인 LIG손보를 인수하게 되면 비은행 부문 수익 강화를 추진하고 있는 KB금융의 사업전략이 한층 탄력을 받게 될 것”이라며 “계열회사도 종전 11개에서 12개로 늘어나게 된다”고 말했다.
더욱이 줄곧 M&A 시장에서 고배를 마시며 ‘'M&A 잔혹사’라로 불리는 KB금융의 흑역사를 지울 수 있게 된다. KB금융은 그간 외환은행과 ING생명, 우리투자증권 등 대형 매물이 나올 때마다 적극적으로 뛰어들었지만 번번히 고배를 마셨다. 특히 지난해 말에는 우투증권 패키지 인수전에 뛰어들어 1조1,500억원의 최고입찰가를 적어내며 의욕을 불태웠지만 우투증권만 선별 인수하겠다는 방침을 고수해 결국 농협금융지주에 밀렸다.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오는 26일 예정된 제재심의위의 징계는 변수가 될 전망. 보험업법 상 최근 3년 이내에 금융위로부터 기관경고 이상 징계를 받은 기관은 보험사 대주주가 될 수 없다. 하지만 KB금융은 이 조항보다 우선하는 금융지주사법 특례조항 상 ‘금융위의 승인을 얻어 자회사를 편입할 경우 대주주 자격이 갖춰진 것으로 본다’는 점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는 금융지주회사는 별도의 사업이 없고 자회사들을 관리하는 일만 하는 역할에 그쳐 인수 자격 요건을 엄격히 제한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다. 금융위 관계자는 “KB금융이 기관경고를 받아도 결격사유는 아니지만 규정과 요건을 면밀히 따져보겠다”고 말했다. 금융위가 최근 잇단 사고로 금융권 신뢰를 무너뜨린 KB금융의 손을 들어줄지 관심이 모아진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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