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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문제 20년간 변한 게 없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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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문제 20년간 변한 게 없어 안타깝다"

입력
2014.06.11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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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년 만에 연극 ‘거짓말쟁이 여자, 영자’를 무대에 올리는 후지타 아사야씨는 “초연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달라진 일본의 정치 상황에 맞춰 어조를 이전보다 강하게 조율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극은 위안부 피해 여성 영자가 일본인 기자를 만나 과거를 회상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safmis 제공
19년 만에 연극 ‘거짓말쟁이 여자, 영자’를 무대에 올리는 후지타 아사야씨는 “초연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달라진 일본의 정치 상황에 맞춰 어조를 이전보다 강하게 조율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극은 위안부 피해 여성 영자가 일본인 기자를 만나 과거를 회상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safmis 제공

"일본 무대에도 올릴 예정

아베 정권 극우성향 탓

도쿄에선 목숨 걸고 진행"

“안타깝고 화나는 것은 20년 가까이 세월이 흘렀지만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이 연극을 왜 다시 상연하냐고 묻는다면 일본 정부가 또 다시 진실을 은폐하고 거짓말하는 모습을 볼 수 없어서입니다.”

거장의 목소리에는 힘이 넘쳤다. 극작가 겸 연출가 후지타 아사야(80)씨가 위안부 문제를 다룬 연극 ‘거짓말쟁이 여자, 영자’를 한국 관객에게 선보이기 위해 내한했다. 일본인 후지타씨가 극작과 연출을 맡은 이 연극은 출연진을 한국 배우로 구성한 한ㆍ일 공동 작품이다. 공연은 7월 2~20일 서울 대학로 설치극장 정미소에서 한다.

일본 연출가협회장을 지내고 일본의 유명 희곡상과 예술제상을 두루 수상한 후지타씨는 한일 관계의 올바른 정립을 위해서는 역사의 진실을 전파해야 한다고 역설해 온 일본의 주류 연극인이다. 한국 공연 후에는 일본 도쿄 공연도 추진한다. 11일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그는 “일본에 아베 신조 총리처럼 위안부 강제 동원을 부정하는 사람만 있는 것은 아니다”며 “소수이긴 하지만 진실을 밝히려는 일본인도 있다는 사실을 한국에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미 1995년에 서울에서, 이듬해 일본에서 이 연극을 무대에 올렸던 그는 “아베 정권의 극우 성향이 극단적이기 때문에 도쿄 공연은 목숨 걸고 진행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동아시아 평화를 위해 연극을 전파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1996년 도쿄 초연 당시 우익단체의 방해 시도를 경찰이 감지해 무사히 공연할 수 있게 보호해 주었고 지방 공연 때는 공연을 못하게 하겠다는 협박 전화를 받았습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일본 국민의 상당수가 위안부의 존재 자체를 모르고 있던 초연 때와 달리 지금은 위안부 피해 할머니 별세 소식을 NHK로 볼 수 있을 정도가 됐다는 점입니다.”

연극은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속아 일본군 위안부로 팔려간 영자라는 이름의 할머니가 일본 기자와 인터뷰하면서 위안부의 실상을 이야기하는 것을 큰 줄기로 사이사이에 과거로 되돌아가는 형식을 취한다. 마당놀이와 창극 등 한국의 공연 양식도 활용했다. 고향에 돌아와 거짓말쟁이 취급을 당할 수밖에 없었던 영자의 설움이 북과 장구 등 전통악기와 어우러진다.

후지타씨는 “상상력이 풍부한 한국 배우들과 함께 하는 이번 공연에 기대가 크다”고 했다. “연습 첫 단계인 리딩 과정에서 영자를 맡은 여배우가 눈물을 흘리더군요. 제가 위안부 할머니를 모두 만나본 것은 아니지만 상상력을 통해 그분들의 아픔을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공연예술의 사회적 영향력이 미미한 요즘이지만 후지타씨는 연극의 힘을 아직 믿고 있다. ‘거짓말쟁이 여자, 영자’ 외에도 일본의 역사 교과서 왜곡을 다룬 연극 ‘쓰여지지 않은 페이지’를 연출하는 등 사회 문제를 소재로 한 연극에 관심이 많다. 원자력발전소 폭발을 그린 연극 ‘임상실험’(1981)을 쓴 이후 몇몇 지역이 뒤늦게 일본 원자력발전소 건설 후보지에서 빠진 경험을 들어 “연극은 작지만 어떤 식으로든 사회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저는 신분제도에 도전한 모차르트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이 프랑스혁명에 영향을 미쳤다고 믿는 사람입니다. 사람이 가진 아름다움과 선함을 이끌어 내는 것이 연극이고 이를 통해 인격을 완성한 대중이 사회를 향해 어떤 행동을 할까를 항상 기대하며 연극을 만듭니다.”

연극은 위안부 피해 여성 영자가 일본인 기자를 만나 과거를 회상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연극은 위안부 피해 여성 영자가 일본인 기자를 만나 과거를 회상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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