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에서도 환영·축제 분위기 못 느껴
곳곳에 “축구 아닌 음식을...”담장 페인팅
지하철 노조도 “임금 인상”재파업 예고
‘Need Food, Not Football.’
64년 만에 자국에서 열리는 월드컵에도 브라질 국민은 심드렁하기만 하다. 축구에 죽고, 축구에 산다는 시민들이 아예 축구를 외면하고 있다. 상파울루 시내 곳곳에는 ‘축구가 아닌, 음식을 달라’는 담장 페인팅이 넘쳐 난다. 간판스타 네이마르(22ㆍ바르셀로나)의 그 흔한 사진조차 찾기 힘들다. 조용해도 너무 조용한 브라질이다. 축제는 없고 문제만 가득한 월드컵 개최국이다.
공항에서부터 외국 손님을 환영할 의지도 느낄 수가 없다. 관광객들은 ‘월드컵 교통 안내’라는 간판이 붙은 공항 내 부스를 찾았다가 이내 굳은 표정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안내원, 자원봉사자가 따로 없는 탓에 발 품만 실컷 팔다가 버스 이용을 포기하는 관광객이 한 둘이 아니다. 한 부스 직원은 “여기는 국제축구연맹(FIFA) 총회에 참석할 회원국 임원에게 전용 배차 서비스를 하는 코너”라는 말만 퉁명스럽게 반복한다고 한다.
지하철은 노사 갈등으로 가다 서기를 반복 하고 있다. 지하철 노조는 10일(이하 한국시간)까지 파업했고 11일 일단 근무를 재개했다. 그러나 임금 인상안이 수용되지 않으면 개막일(13일)부터 다시 파업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개막전이 열리는 코리치안 스타디움과 공항은 20㎞ 정도 떨어져 있어 만약 지하철이 운영되지 않으면 최대 6만5,000여명에 달하는 관광객들의 발이 묶이게 된다.
더 큰 문제는 치안이다. 대회 기간에 예상되는 크고 작은 규모의 시위는 월드컵 흥행에 심각한 걸림돌은 물론 국가적 망신 사태로 번질 조짐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날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코치진은 무장 강도들에게 봉변을 당할 뻔했다.
브라질 연방정부는 월드컵 본선을 준비하는 데 258억 헤알(약 12조원)을 지출했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대도시 정비에 81억 헤알, 경기장 건설에 80억 헤알, 공항 확충에 63억 헤알을 썼다. 브라질은 애초 비용의 대부분을 민간자본으로 해결하겠다고 했으나 결국 국영은행, 주정부, 연방정부, 시정부가 비용의 86%를 책임져야 했다. 시민들은 교육, 의료, 복지 등 공공 서비스에 들어갈 돈이 월드컵 유치에 낭비됐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로 인해 4년 전 남아공 월드컵과 비교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남아공 월드컵 본선 기간에도 취재진이나 관광객들이 빈민가 강도들에게 습격을 당하는 사건이 속출했다.
그러나 남아공에서는 대회를 앞두고 자국 대표팀의 애칭인 ‘바파나 바파나’를 외치며 월드컵의 성공을 성원하는 목소리가 가득했다. 아프리카의 전통악기 부부젤라 소리가 골목마다 메아리 쳤고, 대다수 주민은 관광객들을 흥겨운 노래와 춤사위로 맞이했다.
하지만 브라질은 다르다. 상파울루 시내는 조용하고 셀레상(브라질 대표팀 애칭)을 외치는 시민은 찾을 수가 없다. ‘풋볼’은 없고 ‘푸드’를 달라는 목소리만 가득하다고 외신들은 전한다. 브라질 선수단은 지난달 27일 베이스캠프에 입성할 때도 월드컵 개최를 반대하는 시위단 때문에 곤혹을 겪었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ㆍ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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