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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방통행식 국책사업은 갈등만 키워... 환경 불평등 논란 등 숙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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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방통행식 국책사업은 갈등만 키워... 환경 불평등 논란 등 숙고해야

입력
2014.06.11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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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5kV 송전탑만 고집 토목이익 노린 관피아탓" 의혹도 점검해 봐야

9년을 끌어왔던 ‘밀양 송전탑 갈등’은 결국 공권력 투입으로 결말을 맺었다. 대화와 타협을 통한 합의는 끝내 실현돼지 못했고, 마지막은 격렬히 저항하는 반대 주민들을 물리적 힘으로 제압하는 ‘밀어붙이기’였다.

이번 사안은 우리 사회의 갈등 해결 역량이 얼마나 될지 가늠해 볼 시금석이 될 것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경기 평택 대추리 사태, 제주 강정마을 사태 등 과거 국책사업을 둘러싼 갈등보다 조금도 진전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함으로써 많은 상처와 숙제들을 남겨놓고 말았다.

물론 중간 중간 서로 이견을 좁히려는 노력이 없었던 건 아니다. 지난해 5월 국회 중재 하에 전문가협의체가 꾸려져 제3의 대안을 모색해 보려고 했던 게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파행 끝에 ‘반쪽’ 보고서 채택으로 끝나면서 송전탑 건설 사업자인 한국전력과 밀양 주민들은 사실상 서로에 대한 신뢰를 접었다.

이렇게 대화와 타협이 무산된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 첫 단추 자체를 잘못 뀄기 때문이다. 정부와 공공기관이 밀실에서 먼저 결정하고, 그 다음에 지역 주민들에 대한 설득작업에 나서는 ‘일방통행식’ 사업방식이 문제였다는 얘기다. 한전은 2005년 8월 밀양에서 첫 주민설명회를 열었는데, 당시 반대 의견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채 원안대로 2007년 11월 정부 승인이 떨어지자 2008년 8월부터 공사를 개시했다. 이 과정에서 한전에 대한 주민들의 불신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이후 대규모 반대집회가 계속되자 그때서야 본격적인 협상이 시작됐지만, 대화가 잘될 리가 없었다. 주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사업계획을 수정해 보려는 노력 대신 강행하려는 태도만 고수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결정(decision)-발표(announce)-방어(defense) 이른바 ‘D-A-D’로 불리는 구태의연한 국책사업 진행방식을 이번에야말로 뜯어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박태순 사회갈등연구소장은 “국책사업을 민주적인 대표성을 얻지 못한 채 진행하면 점점 더 주민들을 설득하기 어려워진다”며 “일단 ‘벌려놓고 보자’는 접근 방식은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익과 사익의 충돌이라는 오래된 논쟁거리도 다시 한번 수면 위로 떠올랐다. 밀양 송전탑은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가동에 들어갈 예정인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3~6호기가 생산하는 전기를 경남 창녕군 소재 북경남변전소로 보내기 위한 설비다. 전기를 많이 쓰는 도시나 기업들을 위해, 밀양 주민들이 765㎸라는 초고압 송전선로를 머리에 이고 사는 위험을 감내하고, 송전선로 주변 농토를 헐값에 팔아야 하고, 심지어는 고향을 떠나야 할지 고민해야 하는 처지가 된 셈이다. 밀양 반대주민들과 시민단체 등에서 “송전탑 갈등은 결국 ‘환경 불평등’ 문제에서 비롯됐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관피아’ 문제가 핵심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정부와 한전은 ▦송전선로 지중화 추진 ▦기존 345㎸ 선로를 통한 우회송전 등 ‘제3의 대안’을 모색해 보자는 요청에는 시종일관 귀를 닫은 채 “765㎸ 송전탑을 기존 구간에 세우는 것 외에는 현실적인 방법이 없다”며 기존 계획을 관철시키는 데에만 주력한 것이 석연치 않다는 것이다.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처장은 “한전에서 발전부문이 분할돼 송배전 판매분야만 남게 됐는데, 765㎸ 송전탑 건설사업은 꽤 큰돈이 걸려 있는 토목건설사업”이라며 “관료와 기업(한전)이 왜 765㎸ 송전탑 건설만을 고집했는지 점검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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