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합업종 제도 개선방안이 확정되자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반응이 엇갈렸다. 대기업은 제도의 기준과 합리성이 확보됐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 반면, 중소기업 측은 “적합업종제도가 대기업의 흔들기로 크게 약화됐다”며 반발했다.
이상호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산업본부 팀장은 “2011년 제도 도입 때부터 기준이 분명치 않아 적합업종 지정 시 혼선이 반복됐는데, 이번 개선방안을 통해 보다 구체화된 기준을 마련한 것은 큰 성과”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해당사자들이 모이는 조정협의를 실시하기 전에 ▦대기업 철수 품목 ▦중소기업 독과점 품목 ▦국내 대기업 역차별 품목 등을 서류로 검토하고 이를 토대로 실무위원회가 재지정 품목을 원천적으로 걸러내기 때문에 경제 주체들 간 소모적인 논쟁과 갈등이 줄어들 것”이라고 환영했다.
반면 중소기업측은 개선안이 중소기업계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고 대기업 손만 들어준 것이라며 비판했다. 중소기업중앙회(중기중앙회)는 이날 “적합업종 해제는 시장피해 등에 대한 사실관계가 입증되고 부작용이 명백하게 나타난 품목에 한해서만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두부를 생산하는 대기업조차 국산 콩 수요감소의 원인이 적합업종 탓이 아니라고 인정했고, 발광다이오드(LED) 시장 역시 외국계 기업이 잠식하지 않은 것이 명백하게 밝혀진 상황”이라며 “향후 개선안을 적용하는 과정에서 사실관계를 명백히 입증할 수 있는 별도의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중소기업계는 또 적합업종 해제에 대한 타당성 입증책임은 실무위원회가 아니라 대기업 측에 있다고 지적했다. 양찬회 중기중앙회 동반성장실장은 “LED등의 경우 대기업이‘외국기업이 시장의 60%를 장악했다’는 대기업측의 주장과 달리 외국계의 국내 시장점유율은 5%에 불과하다”며 “사실 여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한 경우에는 지정해제를 요구하는 측에서 입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반위 개선안에 포함된 ‘해제품목 심의안’에 따르면 재합의에 해당하는 품목은 1차적으로 실무위를 통해 해제여부를 결정한다고 돼 있다. 대기업 주장대로 조정협의를 거치지 않고도 서류상으로 해제품목을 선별할 수 있는 구조다. 기존 적합업종 지정과정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조정협의 과정은 미해제로 분류된 품목에 한해서만 권고기간을 조정하는 용도로 활용된다.
하지만 동시에 해제품목 심의 과정에 ‘필요시 이해당사자 의견청취’라는 단서가 붙어 있어 사실상 조정협의체와 같은 기능을 하게 될 것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이렇게 해석하면 중기 측의 주장대로 대기업 측이 지정해제의 당위성을 입증해야 한다. 양 실장은 “대기업이 사실과 다른 주장을 펴 중소기업이 반발한다면, 결국 해제품목 심의에 이해당사자들이 참여해야 될 텐데, 이렇게 되면 같은 사안으로 조정협의만 두 번 거치게 돼 오히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갈등이 더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동반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향후 개선안을 실제 적용하는 과정에서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박주희기자 jxp93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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