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뜨거운 성행위와 대사가 시종 스크린 지배하지만 남다른 남자 관계 통해 고독과 반항 삼키려 한 주인공의 외로운 내면이 끝내 관객의 동정 불러 외설을 가장한 예술 영화
‘색광녀’를 의미하는 제목부터 노골적이다. 당연하다는 듯 소문은 뜨거웠다. 남녀의 침실 장면이 화끈하다 못해 민망할 정도로 등장한다는 풍문이었다. 어느 배우는 출연을 위해 자신의 성기 사진을 찍어 감독에게 보냈다는 말도 떠돌았다. 인터넷을 통해 떠도는 해외 포스터도 자극적이었다(영화 포스터는 심의에 걸려 국내에서 흐리게 처리됐다).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으면서 영화에 대한 호기심은 더 높이 치솟았다.
그러나 그저 그런 도색영화로 폄하할 수는 없다. 배우와 감독의 면면만으로도 그렇다. 남녀 배우의 이름이 익숙하다. ‘트랜스포머’시리즈로 친숙한 샤이아 라보프와 프랑스 영화의 간판 샤를로트 갱스부르가 출연했다. ‘빌리 엘리어트’의 발레 소년 제이미 벨도 합류했다. 한때 할리우드의 젊은 별로 눈길을 끌었던 크리스천 베일과 ‘킬 빌’ 시리즈에서 여전사 인상을 남긴 우마 서먼도 출연자 명단에 올라있다.
감독은 라스 폰 트리에다. ‘어둠 속의 댄서’(2000)로 칸국제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은 칸영화제의 단골 수상자이다. 만드는 영화마다 파란을 일으킨 문제 인물인데 유명 배우들이 얼마나 노출하고, 얼마나 강도 높은 침실 장면을 보여줄까라는 말초적인 호기심을 누르기에 충분한 존재다.
19일 개봉하는 ‘님포매니악 볼룸1’은 무척이나 논쟁적인 영화다. 노출부터 대중의 상식을 가볍게 넘는다. 성기(물론 지나치게 선정적일 수 있는 장면은 흐리게 처리됐다)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수시로 등장하고 성행위를 옮기는 대사들도 직설적이다. 침실 장면도 자주 스크린을 채운다. 이야기도 과격하다. 어려서부터 성행위에 재미를 붙인 여자 조(샤를로트 갱스부르)가 스크린의 무게 중심을 잡는다.
어느 겨울 눈 오는 날 피범벅이 된 얼굴로 거리에 쓰러져 있는 조가 스크린을 연다. 조가 자신을 발견한 뒤 보호해주는 샐리그먼(스텔란 스카스가드)에게 과거 행적을 이야기하며 영화는 기승전결을 구축해간다. 두 살 때 이미 성에 눈을 떴고 친구와 남자 사냥 시합을 펼쳤던 광적인 십대 시절을 거쳐 매일 밤 일고여덟 남자와 잠자리를 함께 한 젊은 조(스테이시 마틴)의 ‘섹스 오디세이’가 전해진다. 첫 남자 제롬(샤이아 라보프)과의 무미건조한 관계, 오랜 시간 뒤 재회한 제롬과의 애틋한 사연이 삽입된다.
몸이 달아오를 내용과 장면들이 바통을 이어받는데 역설적이게도 전혀 야하지 않다. 스크린을 지배하는 정서는 뜨거운 욕정이 아니라 우울과 고독이다. “타고난 색광녀”로 “난 나쁜 사람”이라고 자책하는 조에게 샐리그먼은 말한다. “날개가 있는데 좀 날면 어떤가.”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암시하는 대사다.
영화는 성행위를 부각하기보다 남다른 남자 관계로 삶을 관통해온 조의 외로운 내면을 들여다본다. “사랑 지상주의 사회에 맞서 반항”하는 수단으로 한 남자의 육체 머물지 않았던 조의 방황이 관객의 동정을 부른다. 영화는 성관계를 플라이 낚시에 비유하거나 수학의 피보나치 수열에 대입한다. 고전음악의 한 틀인 정선율을 빗대 섹스를 은유하기도 한다. 남다른 메타포와 차가운 유머가 섞이며 영화는 예술영화로서의 정체성을 명확히 한다. 요컨대 ‘님포매니악 볼룸1’은 외설을 가장한 예술영화라 할 수 있다.
과다 노출로 여겨지는 장면의 특정 부위가 종종 흐리게 처리됐는데 영화에 대한 몰입을 방해한다. 영화의 맥락을 따지면 외설적이라고 볼 수 없는데 등급 분류가 기계적으로 이뤄진 듯해 아쉽다. 가위질된 장면 없이 만날 수 있다는 점이 그나마 위안이다.
영화 후반부에 해당하는 ‘님포매니악 볼룸2’는 7월 개봉한다. 노출의 강도가 더 심하다고 하나 스크린을 관통하는 정서는 여전히 어두운 것으로 알려졌다. 청소년관람불가.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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