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승 5번기 제1국
백 최철한 9단 / 흑 이세돌 9단


<장면 11> 흑이 좌상귀에 침입해서 실리를 많이 벌었지만 아직도 백의 우세는 변함이 없다. 당시 검토실에서 TV모니터를 통해 대국 진행을 지켜보던 관전자들도 흑이 지금부터 아무리 끝내기를 잘 해도 도저히 역전이 어려울 것 같다는데 의견이 일치했다. 예를 들어 <참고도> 1로 중앙을 삭감하는 건 2로 지켜서 그만이다.
실전에서는 이세돌이 1로 한 발 더 깊숙이 들어갔다. 승부수다. 누가 봐도 무리한 침입이지만 지금은 이런 식으로 강하게 두지 않으면 안 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제는 백도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최철한이 당연히 2로 붙여서 상대의 도발에 대한 강력한 응징에 나섰다.
과연 흑이 백진 속에서 무사히 살 수 있을까. 이세돌이 3부터 9까지 선수한 다음 11, 13으로 호구 쳐서 어떻게든 집 모양을 만들려 했지만 주변 백돌이 워낙 강해서 아무리 봐도 사는 수가 보이지 않는다. 백이 A로 뻗거나 B로 집 모양을 없애기만 해도 흑이 두 집을 만들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당시 검토실에서도 모두들 “흑이 다 죽었다”며 사실상 검토를 중단한 상태였다. 그런데 최철한의 다음 수가 전혀 엉뚱했다. A나 B가 아니라 16을 택한 것이다.
박영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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