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체면치레를 했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나도 속으로 많이 중얼거리는 말이기도 하다. 그 말의 뜻을 풍속의 언어로 옮기면 ‘적어도 쪽 팔리진 않았다’는 말이다. 사실 체면이라는 말엔 긍정적인 뜻이 담겨 있다. 국어사전을 보면 “남을 대하기에 떳떳한 도리나 얼굴”이라고 풀이되어 있다. 그런데 내가 보기에 어느 순간부터 체면이라는 말이 복잡한 맥락에서 쓰이게 된 것 같다. 어떤 이들은 ‘체면’을 공연히 점잖은 척한다거나 심지어는 위선을 떤다는 식으로 받아들이고 어떤 이들은 그것을 고상한 예의와 교양의 맥락에서 받아들이는 것이다. 한쪽은 부정, 한쪽은 긍정의 성격이다. 그런데 체면을 차리는 것과 고상한 예의를 지키는 것이 다른 것처럼, 체면을 벗어던지는 것과 솔직한 것 역시 다른 것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체면을 차리는 자들은 그렇지 않은 자들을 예의가 없다고 비난하고, 체면을 벗어던진 자들은 그렇지 않은 자들을 솔직하지 않다고 비난한다. 누구나 아는 것처럼 사람들은 제각기 농도와 색깔과 온도가 조금씩 다른 피를 가지고 있고 그 차이는 누대에 걸친 선조들의 삶으로부터 채집되고 추출된 정보에 의해 결정된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그만의 고유한 기질이나 성향을 만든다. 그런데 여전히 우리는 ‘왜 너는 나처럼 표현하지 않고 행동하지 않느냐’고 남을 향해 윽박지른다. 타인에 대한 지나친 계몽의 욕망이 당신의 체면을 훼손할 수 있다는 걸 왜 모르는지.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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