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교육청 학교정화委 “학습권 침해 우려”
부산 수영만요트경기장 재개발 사업이 큰 난관을 맞았다. 인근 초등학교와 너무 가까운 탓에 호텔 건립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부산 해운대교육지원청은 최근 학교환경위생정화위원회(학교정화위)를 개최, 아이파크마리나㈜가 신청한 호텔 건립 등 요트경기장 재개발 사업에 대해 심의한 결과 ‘호텔 건립 불가’ 결정을 내렸다고 11일 밝혔다.
현대산업개발이 주축이 돼 추진 중인 이 사업은 15층 높이(325객실 규모)의 특급호텔을 짓는 것이 핵심이다. 시 교육청 관계자는 “학생의 안전에 위해 환경 요소가 있다는 해강초등학교 측의 주장을 수용해 호텔 건립을 금지키로 했다“고 밝혔다.
주민들은 초등학교와 가까운 곳에 호텔이 들어설 경우 학생들의 통학 안전뿐 아니라 면학 분위기를 해칠 수 있다고 우려하며 호텔 건립에 반대해왔다. 학교 측이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학부모의 98.36%(900명)가 호텔 건립에 반대했다. 찬성은 고작 1.64% (15명)에 불과했다. 지역 주민들이 구성한 ‘시민을 위한 요트경기장 재개발 추진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10일 해운대교육지원청과 사업 부지를 잇달아 방문해 건립계획 철회를 요구하기도 했다.
대책위 측은 “호텔이 건립되면 학생들이 교실에서 호텔을 바라보며 생활을 하게 돼 학습권을 침해하게 되고, 특히 공사 중엔 체육수업 등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재학생 중 112명의 학생이 호텔의 주 출입구를 통과, 등하교를 해야 해 교통사고위험도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대책위는 특히 서울의 사례를 강조하기도 했다. 서울의 경우 대한항공이 경복궁 인근에 특급호텔 건립에 나서자 인근 풍문여고 학부모 등이 강력 반발, 결국 서울중부교육청이 건립을 불허했다.
아이파크마리나㈜가 신청한 호텔 건립 예정지는 해강초등학교 정문에서 90m 떨어져 있고, 학교 경계선으로부터 70m 거리인 ‘상대정화구역’에 속한다.
학교보건법에 따르면 학교 출입문으로부터 50m 이내는 ‘절대정화구역’으로, 호텔과 유흥주점 등이 들어서지 못한다. 반면 학교 경계선으로부터 50m~200m의 경우 상대정화구역으로 설정돼 학교정화위가 학습과 보건위생에 나쁜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호텔 등의 시설이 들어설 수 있다.
학교정화위의 이번 결정에 따라 오는 9월 예정된 수영만요트경기장 재개발 사업의 정상 착공은 어려울 전망이다. 사업 시행자가 사업을 추진하려면 부산시교육청에 행정심판을 청구하거나 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이번 결정을 뒤집어야 한다. 당초 사업자 측은 이달 말 공사를 시작할 예정이었지만 도로 확장 등 주민 편의를 요구하는 구청 측과 마찰을 빚으면서 한 차례 착공 시기를 연기한 바 있다.
대책위와 함께 호텔 건립에 반대해 온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 관계자는 “학교보건법을 위배한데다 해강초 학생들의 면학분위기와 학습권을 심각히 저해하는 호텔 건립은 승인해 줘선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이들은 김석준 부산시교육감 당선인에게 이 사안과 관련한 의견을 묻는 공문을 발송했다.
강성명기자 sm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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