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립학교 초중고생 9명, 교사들 정년보장 위헌 소송
"실력 없는 교사들의 해악, 질 좋은 공교육 권리 침해"
LA 법원에 州法 개정 주문
미국에서 학생들이 무능교사의 퇴출을 요구하는 소송에서 승리, 파문이 일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지방법원은 10일 학생 9명이 무능력한 교사의 정년까지 보장하는 주(州)법은 헌법이 정한 교육 평등권을 침해한다며 주정부와 교사노조를 상대로 낸 위헌심사 소송에서 학생들의 손을 들어줬다. 롤프 트루 판사는 “나쁜 교사들이 학생에게 미치는 해악이 양심에 충격을 주고 있다”며 교사신분을 과도하게 보장한 5개 주법의 개정을 주문했다.
소송은 지난 1월 로스앤젤레스 공립학교에 다니는 초중고 학생 9명이 무능한 교사의 법적 문제를 제기하며 시작됐다. 각계 전문가들이 소송에 참여하면서 무능교사가 학생에게 미치는 문제점들이 폭로됐다.
트루 판사는 실력이 모자라는 교사가 1년간 이끄는 반 학생들의 경우 장차 평생 수입의 140만달러가 줄어들게 된다는 원고측 주장을 그대로 인용했다. 트루 판사는 특히 “무능 교사의 정년보장이 소수인종과 저소득층 학생들을 피해자로 만들어 교육 평등권을 침해한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대부분 무능한 교사들이 가난한 학생과 소수계 학생들이 다니는 학교에 배치되면서 이 학생들이 질 좋은 공교육을 받을 헌법적 권리가 훼손되고 있는 현실을 인정한 것이다. 교사 노조는 교사의 신분이 안정 되어야 질 좋은 공교육이 이뤄지고 우수교사 유치도 가능하다는 논리를 폈으나 받아 들여지지 않았다.
문제가 된 캘리포니아 주법은 교사에게 적절한 능력평가 이전인 고용 18개월 이후 정년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능력이 떨어지는 교사의 해고 규정이 있지만 지나치게 복잡하고 교사노조의 반대로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 때문에 캘리포니아 전체 교사의 3%인 무능력 교사 8,250명이 계속해 수업을 진행하는 실정이다.
실력 없는 교사를 교단에서 퇴출시키는 것을 허용한 이번 결정은 공교육 개혁과 맞물려 전국적 관심을 모으고 있다. 교사 정년보장과 해고 문제는 거의 모든 주정부의 고민거리이나 누구도 함부로 손을 대지 못하는 미국 교육계의 뜨거운 감자다. 38개주에서는 교사해고가 사실상 어려워 뉴욕의 경우 성추행 교사가 버젓이 교사직을 유지하고 있을 정도다.
한국 공교육을 예찬해온 안 던컨 미국 교육부장관은 판결 직후 환영 성명을 내고 “소송을 낸 9명은 (교사를 보호하는)문제의 법으로 인해 불이익을 받는 수백만 젊은이의 일부에 불과하다“며 이 문제가 전국적인 이슈로 부각되길 기대했다. 재임시절 무능교사를 집단 해고해 전국적 관심을 모은 미셸 리 전 워싱턴DC 교육감도 “학생들의 승리”라며 “거주지역과 무관하게 질 높은 공교육을 받을 권리를 인정한 결정”이라고 환영했다.
그러나 전미교육협회는 “부자와 기업의 이익논리가 교육을 흔드는 시도이자 공교육을 사교육화하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캘리포니아 주정부와 교사노조는 항소할 예정이어서 무능교사 퇴출 논란은 계속될 예상이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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