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째 이어온 한국전력의 765㎸ 송전탑 공사에 반대해온 지역 주민 상당수가 70살을 넘긴 할아버지, 할머니들이다.
이들은 "돈도 다 필요없다. 평생 살던 곳에서 안전하게 살고 싶다"며 스스로 움막을 짓고 그곳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공사를 막아왔다.
11일 아침부터 시작된 행정대집행에는 밀양시청 직원 200명과 한전 직원 250명에다 20개 중대 2천여명의 경찰이 지원에 나섰다.
그러나 이들을 막아선 것은 농성장별로 주민 10명 남짓밖에 없었다.
129번 송전탑 현장에 설치된 부북면 평밭마을 움막 농성장에는 통합진보당 김미희 국회의원과 수녀들이 주민들과 함께 저지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이곳 움막 주변에서 주민들은 구덩이를 파고 가스통, 쇠사슬, 인화물질까지 준비해 행정대집행에 대비했다.
그러나 막상 수십 명의 경찰관들이 한꺼번에 들이닥치자 이들을 당해내지 못했다.
끌려나가지 않으려고 쇠사슬까지 목에 걸었으나 경찰은 절단기로 쇠사슬을 끊은 뒤 할머니들을 모두 끌어냈다.
한 할머니는 겉옷을 모두 벗고 아래 속옷만 입은 채 저항하다 여경들에게 둘러싸여 제지당했다.
이에 앞서 129번 송전탑 현장으로 통하는 입구인 장동마을 움막에서도 할아버지, 할머니 10여명이 행정대집행에 맞섰다.
한 할머니는 양동이에 미리 모아놨던 분뇨를 바가지로 뿌리다 한꺼번에 달려든 경찰관들에게 바로 제압됐다.
한 할어버지는 분을 이기지 못해 경찰을 향해 벽돌, 돌멩이를 던지다 공무집행 방해혐의로 현행범 체포됐다.
또다른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움막 안에서 막대기를 휘두르거나 오물을 뿌리며 경찰의 진입을 막다 손발이 잡혀 차례로 끌려나오면서 저항은 끝이 났다.
이들은 "온갖 무법천지 다 놔두고, 여기만 건드리냐", "야 이놈들아, 주민을 개처럼 취급하지 마라"며 울부짖었다.
이 과정에서 몇몇 할아버지, 할머니는 실신해 구급차로 실려갔다.
경찰은 농성 주민들을 제압하는 동시에 가스통, 도끼, 낫 등 위험도구를 찾거나 미리 설치해 놓은 목줄을 끊어 이들의 자해 가능성을 막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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