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후진타오가 만들어
실세 50명 특강 후 끝장토론
시진핑 정권에선 15회 진행
전략 공유·현장 소통의 기회로
중국 공산당의 최고 실세 50여명이 한 두 달에 한번 함께 모여 공부하는 ‘집체학습’의 감춰진 모습이 최근 속속 드러나고 있다. 급변하는 국제 정세와 만만찮은 국내 환경에도 불구하고 14억 인구의 중국을 효과적으로 이끌며 소통할 수 있는 비결이 바로 집체학습에서 나오고 있다는 평가도 없잖다.
인민일보(人民日報) 해외판은 10일 ‘현대판 경연’(經筵)으로 불리는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집체학습의 강사는 정치 경제 사회 과학 문화 이론 등 각 분야의 교수와 전문가, 경험이 많고 탁월한 공을 세운 관료 중에서 정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특히 지난해까지는 매번 강사를 2명으로 정해 운영했다. 이는 다양한 시각을 통해서 좀 더 나은 해결책을 찾기 위한 노력과 함께 강사가 현장에 제 때 도착하지 못할 경우에도 대비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2명 강사는 강연장으로 이동할 때 각각 다른 차로 이동했다. 도중에 교통사고나 예기치 못한 사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2명의 강사는 각각 45분씩 강의한 뒤 ‘학생’이 된 최고 지도부와 토론을 벌인다. 최고 지도부는 강의 동안 그 내용을 열심히 받아 적은 뒤 질문한다. 올해부턴 1명의 강사만 강연을 하는 방식도 혼용되고 있다.
강의 주제와 강사는 통상 3개월 전 통보, 준비토록 하고 있다. 그러나 중간에 주제가 바뀌기도 하고 결론이 안 날 경우에는 연기될 수도 있다. 2007년 ‘새 시대 인민의 내부 모순’을 주제로 한 집체학습은 강의 준비 기간만 3년이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집체학습이 이뤄지는 곳은 베이징(北京)의 자금성(紫禁城) 서쪽에 자리한 중난하이(中南海)의 화이런탕(懷仁堂) 중회의실이다. 중난하이는 당과 국가 핵심 기구가 몰려 있는 최고 지도부의 집단 거주지다. 강의장엔 큰 원형 탁자가 놓여 있다. 그러나 지난해 9월엔 최고 지도부 40여명이 2대의 버스에 나눠 타고 베이징의 정보기술(IT)산업단지인 중관춘(中關村)으로 이동해 ‘현장학습’을 하기도 했다.
경화시보(京華時報)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집체학습이 시작된 것은 2002년 12월이다.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이 헌법을 주제로 첫 집체학습을 주재했다. 후진타오 시절 77차례의 집체학습 중 경제 관련 주제가 17번, 정치가 15번이었다. 시진핑(習近平) 시대 들어서는 2011년11월 이후 지난달까지 18개월 동안 모두 15차례의 집체학습이 진행됐다. 한 외교소식통은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집체학습은 집단지도체제인 중국이 국가 장기 전략과 현 단계의 단기 실천 과제 등을 공유할 수 있는 자리일 뿐 아니라 최고 지도부가 현장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도 되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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