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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살아 하고 싶었던 일, 아빠가 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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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살아 하고 싶었던 일, 아빠가 해줄게"

입력
2014.06.1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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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뮤지션 사인받기·사람들에게 인정받기·외국어 프리토킹... 단원고 故박수현군의 아버지, 아들 25개 버킷리스트 발견 블로그에 하나씩 올리며 실천 "다음 목표는 일본 여행..."

세월호 침몰 참사로 숨진 박수현군의 아버지 종대씨는 아들의 버킷리스트(왼쪽사진)을 발견, 25개 항목 가운데 '뮤지션 사인 받기'를 시작했다. 4인조 남성 밴드 국카스텐에게 받은 사인이 박군의 기타(가운데 사진)와 키보드에 적혀 있다. 유족 제공
세월호 침몰 참사로 숨진 박수현군의 아버지 종대씨는 아들의 버킷리스트(왼쪽사진)을 발견, 25개 항목 가운데 '뮤지션 사인 받기'를 시작했다. 4인조 남성 밴드 국카스텐에게 받은 사인이 박군의 기타(가운데 사진)와 키보드에 적혀 있다. 유족 제공

세월호 침몰 참사로 숨진 박수현군의 아버지 종대씨는 아들의 버킷리스트(왼쪽사진)을 발견, 25개 항목 가운데 '뮤지션 사인 받기'를 시작했다. 4인조 남성 밴드 국카스텐에게 받은 사인이 박군의 기타(가운데 사진)와 키보드에 적혀 있다. 유족 제공
세월호 침몰 참사로 숨진 박수현군의 아버지 종대씨는 아들의 버킷리스트(왼쪽사진)을 발견, 25개 항목 가운데 '뮤지션 사인 받기'를 시작했다. 4인조 남성 밴드 국카스텐에게 받은 사인이 박군의 기타(가운데 사진)와 키보드에 적혀 있다. 유족 제공

“수현아, 네가 생전에 갖고 싶어했던 스타들의 사인을 내가 대신 받았다. 하늘나라로 보내줄게.”

세월호 침몰 참사로 숨진 안산 단원고 박수현(17)군의 아버지 박종대(50)씨는 9일 자신이 운영하는 블로그 ‘고 박수현이 체험했던 세상’에 글과 사진을 올렸다. 사진에는 그룹 봄여름가을겨울의 김종진, 윤도현, 김종서, 서문탁, 조승우 등 수현군이 우상으로 삼았던 가수와 뮤지컬 배우의 사인이 담겼다. 블로그는 박씨가 아들을 잊지 않기 위해 지난달 10일 개설했다.

박씨는 참담한 심정을 아들에게 털어놨다. “네가 살아서 스스로 해야 할 일을 대신 해주는 게 무척 슬프단다.”

박씨는 사고 발생 열흘 뒤 아들의 장례를 치르고, 유품을 정리하다 노트를 발견했다. 중학교 졸업 후 수현군이 자신의 일상에 대해 끄적거린 글들이 담겨 있었다. 노트 세번째 페이지에는 아들이 정리한 25가지 버킷리스트가 있었다. 재즈피아노로 사람들에게 인정받기, 작곡, 아빠에게 수제 기타 만들어 드리기, 진정으로 남을 위해 봉사하기, 유명한 뮤지션들 사인 받기, 일어ㆍ영어 프리토킹….

박씨는 지난달 초 수현군의 버킷리스트에 적힌 일들을 대신 해내기로 결심했다.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뮤지션들 사인 받기’였다. 그는 소속사에 연락해 기타리스트 조정치의 사인을 받았고, 서울 대한문 앞에서 세월호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을 위한 서명 운동을 벌이다 가수 김장훈의 사인을 받았다. 이렇게 그는 한 달간 80여명의 뮤지션으로부터 사인을 받았고, 블로그에 차례로 올릴 예정이다. 박씨는 블로그에 아예 ‘수현이의 버킷리스트’란 게시판을 별도로 만들었고, 한달 만에 4만여명이 방문했다.

세월호 침몰 참사로 숨진 박수현군의 아버지 종대씨는 아들의 버킷리스트(왼쪽사진)을 발견, 25개 항목 가운데 '뮤지션 사인 받기'를 시작했다. 4인조 남성 밴드 국카스텐에게 받은 사인이 박군의 기타(가운데 사진)와 키보드에 적혀 있다. 유족 제공
세월호 침몰 참사로 숨진 박수현군의 아버지 종대씨는 아들의 버킷리스트(왼쪽사진)을 발견, 25개 항목 가운데 '뮤지션 사인 받기'를 시작했다. 4인조 남성 밴드 국카스텐에게 받은 사인이 박군의 기타(가운데 사진)와 키보드에 적혀 있다. 유족 제공

수현군의 장례를 치를 때 박씨는 아들이 치던 기타에 그룹 국카스텐 멤버들의 사인을 받아 빈소에 갖다 놓았었다. 국카스텐의 ‘광팬’이었던 아들에게 주는 마지막 선물이었다. 박씨는 기타 사진을 블로그에 올리면서 “국카스텐 공연 갈 땐 널 품고 갈 테니까 잔뜩 기대하라”고 썼다.

박씨는 “아이의 버킷리스트를 보고 참 슬펐지만 ‘애가 꽤나 의젓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피식 웃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에게 기타를 만들어 주려 한 아들과의 추억을 이야기했다. 박씨는 “중학교 때 코드 몇 개 알려줬더니 수현이가 기타에 빠졌고, 주말이면 함께 기타치며 ‘작은 연못’ 노래도 불렀다”며 “‘기타 박사’였던 아들이 아빠한테 기타를 선물하려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아버지의 다음 목표는 일본 여행이다. 박씨는 “아들이 일본 문학을 워낙 좋아해 일본에 가고 싶어 했다. 일본행 비행 티켓을 준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영어ㆍ일어 프리토킹은 아버지 대신 수현군의 누나인 단원고 3학년 정현양이 준비하고 있다.

진도=손현성기자 h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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