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교육감 대거 당선으로 패닉에 빠진 보수층의 반응이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먼저 악의에 찬 헐뜯기다. 전국의 학생 718만명 가운데 80%가 진보교육감 관할에서 공부하게 됐다고 탄식한다. 진보교육감 대부분이 전교조 출신이라며 전교조가 ‘교육권력’을 장악했다는 주장도 편다. 이런 주장의 바탕에는 ‘진보교육감=전교조=종북세력’이라는 시각이 깔려있다. 교육에 이념적 굴레를 씌우는 전형적인 색깔 공세다.
▦ 보수의 탐욕에 화살을 돌리기도 한다. 후보가 난립하면 패배할 것을 알면서도 부나비처럼 뛰어드는 보수진영이 자초한 결과라고 질타를 쏟아낸다. 그러나 보수의 분열이 결정적인 이유는 아니다. 부산에서는 2010년 선거에서 보수 8명, 진보 1명이 나섰지만 보수후보가 당선됐다. 이번엔 보수가 6명으로 줄었으나 진보후보가 큰 차이로 1위를 했다. 충북과 인천, 세종시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경남에서 전교조 경력의 진보후보가 당선된 것도 보수 난립과는 무관하다.
▦ 급기야 보수진영이 총동원돼 판을 깨자고 나섰다. 새누리당은 교육감 직선제를 폐지하고 임명제를 도입해야 한다며 신속하게 태스크포스 설치를 지시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교육감 직선제의 위헌심사 헌법소원을 추진하기로 했다. 과도한 선거비용과 비리, 깜깜이 선거 등이 직선제 문제점으로 거론된다. 그러나 선거비용 과다는 공영선거 확대로, 인지도 부족은 TV토론이나 정책토론회를 늘리면 된다. 유권자들의 관심이 적다지만 이번 교육감 선거는 광역단체장 못지 않은 열기를 보였다.
▦ 교육감 선출은 그 동안 해보지 않은 방식이 없다. 1990년까지는 임명제였고, 이듬해부터 교육위원이나 학교운영위원회 선거인단이 선출하는 간선제를 실시했다. 2007년부터 시작된 직선제는 올해가 전국 동시 선거로는 사실상 두 번째다. 문제가 있다면 보완해 나갈 일이지 몇 번 시행도 해보지 않고 폐지하자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보수 성향의 교육감이 대거 당선됐어도 직선제를 폐지하자고 했을 지 보수진영은 자문해보기 바란다.
/이충재 논설위원 c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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