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의료법인의 부대사업 범위를 여행·온천·체육시설 등으로 대폭 확대하고 자법인 설립을 허용했다. 그러나 의료법을 고치는 대신 시행규칙 개정과 가이드라인 제정만으로 절차를 끝내 국회 논의 과정의 진통을 피하기 위한 편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10일 의료법인의 부대사업 범위를 확대하는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지금까지 장례식장, 주차장 등으로 한정됐던 병원의 부대사업이 여행업 국제회의업 체육시설업 목욕장업 등으로 대폭 확대된다. 숙박업도 시도지사 공고 없이 가능하도록 절차를 간소화했다. 건물임대업도 허용돼 의료관광호텔인 ‘메디텔’에 성형외과나 피부과 등 다른 의원급 의료기관이 세 들어 영업하는 일도 가능해졌다. 다만 강매 등으로 인해 환자 피해가 우려되는 건강기능식품 판매업과 의료기기 구매지원 등은 부대사업에서 제외됐다. 또한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성실공익법인 요건을 충족하는 의료법인만 순자산 30%까지 투자해 자법인을 세울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도 마련했다.
그러나 이 같은 내용을 하위법령인 시행규칙과 법적 구속력이 없는 가이드라인으로 규정해 논란이 일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의료영리화특별저지위원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국민의 건강권을 침해하고 의료의 본질을 해칠 수도 있는 중대한 사항을 법률 개정이 아닌 시행규칙과 가이드라인으로 추진하려는 것은 국회의 입법권 침해”라고 비판했다.
현행 의료법에는 의료법인이 할 수 있는 부대사업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시행규칙으로 상위법에 규정되지 않은 부대사업을 허용하는 것은 원칙상 맞지 않다는 것이다. 또 비영리법인인 의료법인이 상법 상의 영리 자법인을 설립하게 되면 모(母)법인의 법적 성격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어 의료법 개정이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또 야당과 시민단체는 병원이 본업인 환자 치료보다 수익성 부대사업을 우선시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부대사업 범위를 쇼핑몰 수준으로 늘려 놔 병원의 사전적 정의가 ‘환자 치료 하는 곳’에서 ‘환자 치료도 하는 곳’으로 바뀔 것”이라며 “정부가 의료민영화 수순을 밟고 있다”고 비판했다.
송옥진기자 clic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