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선장·항해사 등 4명에
살인·살인미수 혐의 적용
국선 전담 변호인단
"해경도 못 구하는 상황서 선원의무 이행 가능성 의문"
구호의무 위반과 승객 사망 인과관계 증명이 쟁점으로
10일 이준석 선장 등 세월호 선박직 선원 15명에 대한 첫 준비재판은 예상대로 시작부터 검찰과 국선 전담 변호인단 간 불꽃 튀는 공방이 벌어졌다. 앞으로 재판에서는 이 선장 등에게 적용된 살인 및 살인미수, 유기치사 혐의 입증이 치열한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살인 혐의는 형법상 법정최고형인 사형, 유기치사는 징역 45년까지 선고되는 중한 죄라는 특성상 엄격한 증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날 공판준비기일에서 선원 측 변호인단은 검찰이 이 선장과 1ㆍ2등 항해사, 기관장 등 4명에게 적용한 살인 및 살인미수 혐의뿐 아니라 업무상과실선박매몰과 선원법 위반 등 나머지 선원들의 혐의도 상당 부분 인정하지 않았다. 변호인단은 “배가 심하게 기울어 구호조치가 힘든 상황에서 해경에게 구조 당한 피고인에게 잘못 이상의 책임을 묻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또 운항과실과 선박전복, 구호조치 등에 대한 의무를 다하지 못한 것은 인정하지만 고의는 없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에 검찰은 “이번 사고의 직접적 원인은 이 선장을 비롯한 선원들이 사고 당시 재선(在船) 및 승객 구호 의무가 있음에도 진도해상교통관제센터(VTS) 등의 승객 탈출 지시를 받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배를 버리고 승객들보다 먼저 탈출했다”고 반박했다.
이 선장과 함께 살인 및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선원 3명의 변호인들은 “선장의 지시 없이 어떤 행동도 할 수 없었다”, “배가 심하게 기울어 해경조차 승객들을 대피시킬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자기 의무 이행 가능성이 있었는지 의심이 든다”며 살인죄에 대한 무죄를 강조했다.
그러나 검찰은 공소장을 통해 “승객 등에게 대피 또는 퇴선명령을 하지 않고 세월호를 퇴선하면 선내에 대기하고 있던 승객 등은 세월호가 침몰할 때 선내에 갇혀 빠져 나오지 못하고 사망할 수 있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다’는 묵시적 교감 하에 승객들에 대한 구호 조치 없이 자신들만 퇴선하기로 용인하면서 상호 공모했다”며 혐의 입증을 자신했다.
결국 앞으로 법정에서는 부작위(不作爲ㆍ마땅히 해야 할 행위를 하지 않은 것)에 의한 살인에 대해 선원들 사이에 ‘암묵적 합의가 이뤄졌는지’ ‘배를 버리고 탈출했을 때 승객들이 사망할 수 있다는 위험을 인식하고도 내버려두기로 결심했는지’ 등이 쟁점이 될 전망이다. 또 살인 혐의가 인정되기 위해선 선원들의 승객 구호의무 위반과 승객들의 사망 사이의 인과(因果)관계를 일일이 증명해야 하기 때문에 검찰이 유죄로 이끌어 낼 수 있을지도 관심의 초점이다. 만약 검찰이 선원들의 승객 사망 가능성에 대한 인식을 객관적으로 입증하지 못한다면 살인죄 적용은 어려워진다. 실제 승객들의 정확한 사망 위치와 사망 시각을 특정하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검찰이 이 선장 등을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로 기소하면서 예비적으로 유기치사죄를 적용한 것도 이 같은 입증 실패를 염두에 둔 것이다.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이 선장 등에 대한 살인죄가 인정되려면 선원들이 어떤 구호조치를 취했을 때 승객 중 누가 생존할 수 있었는지와 구호조치를 하지 않아 누가 사망했는지를 검찰이 특정해야 한다”며 “구성요건 입증의 어려움으로 살인 혐의에 대해 무죄가 날 위험이 있기 때문에 검찰도 유기치사죄를 함께 적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안경호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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