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문학의 위기? 엄살이거나 잘못된 언어 선택"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문학의 위기? 엄살이거나 잘못된 언어 선택"

입력
2014.06.10 17:08
0 0
김주영(왼쪽) 작가와 린젠파 중국 당대작가평론 편집장이 문학의 위기를 주제로 대담하고 있다. 두 사람은 문학의 위기를 엄살이거나 잘못된 단어 선택이라고 주장했다.
김주영(왼쪽) 작가와 린젠파 중국 당대작가평론 편집장이 문학의 위기를 주제로 대담하고 있다. 두 사람은 문학의 위기를 엄살이거나 잘못된 단어 선택이라고 주장했다.

김주영

작품의 성격이 위기라는 건지

책이 안 팔려 문제라는 건지 불분명

독자, 하나의 장르에 몰리지 않아

초특급 베스트셀러 나오지 않는 것이다

린젠파

문학을 기념하고 이용하고 누리려는

한·중·일 움직임 여전히 뚜렷해

정치·경제와 연결만 안 하면

문학 자체로는 위기에 처했다고 볼 수 없다

한국과 중국의 문인들이 만나 교류하는 제8차 한중작가회의가 10일 경북 청송에서 열렸다. 소설가 김주영, 시인 이근배, 티베트 출신 소설가 아라이(阿來) 쓰촨성작가협회 주석, 조선족 소설가 김인순 등 양국 문인 47명이 참가한 이번 행사의 주제는 ‘위기의 시대, 위기의 사회, 위기의 문학’이다. 좀처럼 해법을 내기 힘든 화두에 대한 양국 문인들의 답변은 의외로 간단했다. 김주영 작가와 린젠파(林建法) 당대작가평론 편집장은 대담에서 문학의 위기는 ‘엄살 또는 잘못된 단어 선택’이며 “문학의 비평준화는 당연한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양국 작가들은 11일까지 함께 하면서 상대 국가의 문학 작품을 낭독하고 문학에 대한 이해를 확대한다.

▦린젠파=문학의 위기라는 말은 정치?경제 문제와 연결돼 나오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문학 자체만 보면 정말 위기일까 의문이다. 이번에 개관한 객주문학관을 비롯해 중국, 한국, 일본에는 문학을 기념하고 이용하고 누리려는 움직임이 여전히 뚜렷하다. 정치?경제와 연결하지 않는다면 문학이 위기에 처했다고 볼 이유가 없다.

▦김주영=나도 문학의 위기라는 말이 엄살이라고 생각한다. 문학 작품의 성격이 위기라는 건지 문학을 인쇄한 책이 안 팔려 문제라는 건지 불분명하다. 후자라면 독자의 취향이 다양해졌기 때문이라고 본다. 독자가 하나의 장르로 몰리지 않기 때문에 초특급 베스트셀러가 나오지 않는 것뿐이다. 아직도 많은 작가와 출판사가 문학으로 먹고 살지 않는가.

▦린젠파=중국은 1980년대 소위 문화의 황금기를 거쳤다. 그러나 지금은 그때와 다르다. 당시는 문학을 통해 사상의 자유를 맛봤지만 요즘엔 문학 말고도 여러 매체를 통해 비슷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매체의 다변화를 문학의 위기라고 하는 게 적당한 표현일까. 원래 한 시대에 진짜 좋은 작가는 한 두 명 밖에 나올 수 없다. 또 그걸로 충분하다.

▦김주영=한국엔 미당 서정주 한 명을 위해 수 천명의 시인이 존재한다는 말이 있다. 그들이 미당의 아류라기 보다는 그들 때문에 미당의 작품이 더 돋보인다는 말일 것이다. 훌륭한 작가 한 두 명으로 족하다는 말에 공감한다. 문학에서 평준화는 있을 수 없다.

_문학의 위기를 거론하는 사람들은 문학 작품의 진정성이 떨어지고 상업 소설이 활개치는 현상을 지적하는 것 같다.

▦김주영=요즘 젊은 작가들 중 그런 사람은 극소수다. 한강, 김미월, 이명란, 천운영, 김중혁, 정찬, 전부 진정성을 가지고 작품을 쓰는 이들이다. 물론 안 그런 사람도 일부 있다. 그러나 그런 이들은 어차피 생명이 짧다. 독자들이 외면하기 때문에 저절로 자정작용이 이뤄진다.

_9월에 중국에서 김주영 소설 집중 토론회가 열린다. 왜 김주영이며, 어떻게 열리게 된 건가.

▦린젠파=한중작가회의도 내년이면 9년째다. 이제야 한국 문화를 이해할 수 있을듯하다. 단편적으로 이뤄졌던 교류를 좀더 깊게 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김주영 선생의 책이 중국에 3권 번역돼 나왔는데 아직 찾아 읽는 독자가 많지 않은 것 같다. 9월 행사에서는 중국의 저명한 소설가 옌롄커와 천쓰허, 천중이, 왕야오 등 최고의 비평가들이 참석해 하루 종일 김주영의 작품을 읽고 토론한다. 한국에서는 김주영 선생과 소설가 박상우, 평론가 홍정선, 김주연 등이 참가해 한국 문학을 알릴 것이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객주문학관 개관 (박스 또는 소제목으로 분리)

이번 한중작가회의는 김주영의 대하소설 객주를 기념하는 객주문학관 개관식을 겸해 열렸다. 작가의 고향인 청송군이 객주를 테마로 한 문학관을 2012년 12월 착공해 15개월 만에 완공했다. 청송군 진보면 진안리에 있는 진보제일고 폐교 건물을 리모델링한 객주문학관은 전시관을 비롯해 소규모 도서관, 영상 교육실, 창작 스튜디오, 세미나실, 작가 집필실 등을 갖추고 있다. 전시관은 객주와 작가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는 콘텐츠들로 채웠다. 작가가 객주를 쓴 계기, 집필 과정의 노고, 소설 속 주요 장면과 장소, 행로 등을 다양한 시각물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청송군은 내년엔 객주문학마을과 문학길을 조성할 계획이다. 이상오 청송군 문화관광과장은 “문학마을과 문학길이 완성되면 주왕산국립공원, 주산지 등과 함께 청송의 명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