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영주지역 선거는 유례없이 상대 후보를 헐뜯는 비방 폭로전으로 치러졌지만 시민들은 흔들리지 않았다.
여론에서 밀린 후보는 당선이 유력한 후보의 전과 사실을 부풀리거나 소유 부동산에 대해 근거없이 투기로 몰아세우는 등 흑색 비방전을 펼쳤지만 유권자들은 냉정을 잃지 않았다.
새누리당 장욱현 영주시장 당선자 측은 “선거 막판 음주운전 전과기록에 대해 장 후보를 짐승에 비유, ‘뺑소니 사고로, 공직자 교육과정인 국방대학원에서 퇴교 당했다’는 등 터무니없는 소문이 나돌았다”고 말했다. 회식 자리 후 집 앞에서 발생한 가벼운 접촉사고였다는 해명에도 불구, 막바지 흑색 비방은 사실 여부와는 무관하게 증폭됐다.
상대측 박남서 후보도 영주시의원 재직 때 시외버스터미널 이전 예정지에 대규모 부동산 투기를 했다는 소문에 시달렸다. 새누리당과 박 후보는 노인들에게 제공한 밥값 제공 여부를 둘러싸고 진실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박 후보가 “형과 부인 앞으로 땅을 산 건 맞지만 부도 난 친구의 부탁으로 매입했으며 시의원 직과는 관계없다”고 해명에 나설 정도였다. 비방 폭로전은 극렬했지만 선거 결과는 당초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재선 시의원을 지낸 황병직 도의원 당선자는 선거기간 내내 의원직을 이용한 부동산 투기 의혹에 시달렸다. 사실로 드러날 경우 후보직 사퇴 및 전 재산 사회환원을 공증했지만, 상대 후보 측은 또 다른 부동산 투기 의혹을 제기하는 등 끈질기게 공격했다.
황 당선자 측은 “다시는 이런 유언비어가 난무하는 선거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판단으로 상대 후보와 허위 사실을 유포한 2명의 기자를 고소했다”고 말했다. 선거결과는 애초 예상보다 5% 정도 더 득표, 당선됐다.
무소속 박성만 도의원 당선자도 전과 내용을 부풀려 마구 퍼트리는 문자메시지 때문에 마음고생이 심했지만 새누리당 후보를 상대로 4선 도의원에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영주의 한 경찰관은 “상대 후보를 근거없이 헐뜯어서 덕을 보는 선거는 이제 끝났다”고 말했다.
이용호기자 ly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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