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꺾이지 않고 세운 뜻대로 한다’는 척당불기의 자세로 지난 1년6개월간 경남도정을 이끌어 온 홍준표 경남지사가 6ㆍ4지방선거에서 무난히 재선에 성공했다.
2012년 12월 보궐선거 당시부터 자신의 임기는 ‘5년6개월’이라고 말한 그의 바람대로 다음달 1일이면 홍준표의 도정2기 닻이 오른다.
전국적 이슈가 됐던 진주의료원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홍 지사 자신의 말처럼 1기 도정은 부딪치고 다투는 일이 잦았던 만큼 “이제 2기 도정은 여민동락하는 자세로 도민과 함께 즐거운 일을 만들어 가겠다”고 스타일 변화를 강조하고 나선 것은 거물급 정치인에 걸맞은 판단이다.
4선 국회의원에 여당 원내대표와 당 대표까지 지낸 정계 거물이 고향으로 돌아와 보궐선거에서 받은 당시 성적표는 득표율 62.9%였다. 이 득표율은 도지사 홍준표가 아닌 중앙정치인 홍준표에 대한 인지도와 기대감에서 비롯된 것이다.
반면 1년6개월간의 홍준표 도정을 포괄적으로 심판 받겠다며 나선 이번 선거에서의 득표율 58.9%는 ‘도지사 홍준표’에 대한 성적표라는 점에서 도민들은 홍 지사에게 그리 후한 점수를 주지 않았다.
득표율에 대한 소감을 묻는 기자 질문에 “득표율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 선거는 이기면 되는 것”이라고 반문 했지만 여당 텃밭에서 1년6개월 전 보다 득표율이 하락했다는 점은 등돌린 민심의 연유를 한번 곰곰이 짚어볼 필요가 있다.
우선 지난해 5월부터 청사방호를 이유로 굳게 걸어 잠근 도청 출입문 8곳의 빗장부터 풀어야 할 것이다. 민원인들의 불편은 물론 소방법 위반 논란까지 지적됐지만 1년이 넘도록 출입문 봉쇄가 풀리지 않고 있다.
또 지난 선거과정에서 이슈가 됐던 모 지역신문에 대한 막말 논란도 결자해지 차원에서 홍 지사 스스로 풀어야 한다. 전국언론노조와 지역 시민단체는 물론 제1야당까지 나서 성명서를 냈으니 마땅히 공개적 수준의 해명도 뒤따라야 할 것이다.
거기다 지난해 진주의료원 폐업사태 보도 과정에서 홍 지사가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도청 출입기자 2명을 상대로 낸 1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이 최근 잇따라 패소한 것을 계기로 주변에서 제기하는 이른바 ‘적대적 언론관’도 떨쳐내야 할 홍 지사의 부정적 이미 중 하나다.
홍 지사는 11일 글로벌 테마파크 투자유치와 농수산물 수출 확대를 위해 8박10일간 미국 LA 출장에 나선다. 당내 경선에서부터 이어진 선거운동 피로가 채 가시지도 전에 먼 여정에 나서는 홍 지사가 도민들에게 투자유치의 선물보따리와 함께 여민동락의 ‘즐거운 2기 도정’을 설계하는 의미 있는 출장길이 되길 기대해 본다.
이동렬기자 d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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