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숙환으로 별세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배춘희(91) 할머니의 영결식이 10일 오전 경기도 광주시 '나눔의 집'에서 엄수됐다.
나눔의 집 역사관 앞에서 치러진 영결식과 노제에는 정치인과 지인,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시민 등 130여 명이 참석해 배 할머니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하나뿐인 오빠가 오래 전 세상을 떠나 혼자 남았던 배 할머니의 가족을 대신해 나눔의 집 안신권 소장과 박재홍 과장이 상주를 맡아 자리를 지켰다.
이에 앞서 오전 7시 30분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 분당차병원 장례식장 빈소에서는 '불심'이 남달랐던 배 할머니의 뜻에 따라 불교식으로 발인이 진행됐다.
오전 8시 38분께 운구 차량이 나눔의 집에 도착하고 나서 안신권 소장이 영정을 앞세워 참석자들 사이로 지나가자 장내는 숙연해졌다.
나눔의 집 원장 원행 스님을 시작으로 함께 생활했던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 새정치민주연합 정청래 의원, 이정훈 대한민국 인권대사, 이복실 여성가족부 차관 등의 분향과 헌화가 이어졌다.
원행 스님은 "우리 모두 배춘희 할머니가 아픈 마음과 역사의 아픔을 안고 가시는 것을 막지 못했습니다"라며 침통한 목소리로 추모사를 시작했다.
이어 "일본 정부가 공식 사죄를 해야 한다는 생전 말씀을 가슴에 새기며 반드시 명예를 회복시켜드리겠다"고 다짐했다.
역사관 앞에 모인 추모객들도 비통한 표정으로 이를 지켜봤고 일부는 참았던 눈물을 쏟으며 흐느꼈다.
영결식과 노제는 묵념과 고인에 대한 약력 소개, 추모사, 추모연주, 추모가 등의 순으로 1시간 동안 이어졌다.
정청래 의원, 이정훈 대한민국 인권대사, 이복실 여성가족부 차관은 "전쟁 없고, 근심·걱정 없는 곳에서 평안히 보내시기 바란다"며 "일본 정부의 공식사과를 받아 내 할머니들의 한이 조금이나마 풀릴 수 있도록 끝까지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영결식에 참석한 이옥선(87), 김군자(88) 유희남(85) 할머니는 "친구가 먼저 가서 서운하지만, 과거 일은 다 잊고 부디 좋은 곳에 가서 좋은 자리 많이 만들고 기다리고 있으라"고 마지막 인사를 했다.
영결식에는 나눔의 집에서 생활하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 9명 가운데 거동이 불편한 2명을 제외한 이옥선 할머니 등 7명이 자리를 함께했다.
추모사를 마친 후 배 할머니의 영정과 위패가 16년 동안 고인이 생활한 나눔의 집 생활관 등을 둘러보는 노제가 진행됐다.
정복수 할머니는 고인의 영정을 쓰다듬으며 생활관으로 향하던 노제 행렬을 붙잡아 보는 이들의 가슴을 더욱 아프게 했다.
고인이 생활한 방에 영정이 들어오자 여기저기에서 흐느낌이 새어 나왔다.
흐리고 후텁지근한 날씨에도 역사관 앞을 메우고 자리를 지킨 참석자들은 스피커를 통해 '소녀 아리랑'을 부르는 고인의 생전 목소리를 들으며 배 할머니에게 마지막 인사를 했다.
배 할머니는 서울 양재동 서울추모공원 화장장 화장을 거쳐 경남 합천 해인사에서 영면에 든다.
1923년 경북 성주에서 태어난 배 할머니는 19살 때 친구 집에 놀러 갔다가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모르고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정신대에 자원했다가 중국 만주로 끌려가 '성노예' 생활을 했다.
배 할머니의 별세로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자 237명 중 생존자는 54명(국내 49명, 해외 5명)으로 줄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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