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사고ㆍ내부통제 부실
임영록 회장ㆍ이건호 행장에
금융당국, 중징계 사전통보
확정땐 '불명예 퇴진' 기로
신한ㆍ하나ㆍ씨티銀 등
100여명도 징계 통보
하영구 행장 중징계 여부 관심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KB국민은행장이 내부통제 부실과 각종 금융사고의 책임자로 지목돼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사전 통보 받았다. 오는 26일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징계가 확정될 경우 KB금융의 양대 축인 두 수장이 ‘불명예 퇴진’의 기로에 서게 된다. 3월 중징계를 받은 김종준 하나은행장까지 포함해 금융권에 ‘시한부 최고경영자(CEO)’가 줄을 잇는 양상이다. 특히 금융당국이 금융권 사고 관련자 100여명에게 동시에 징계를 사전 통보하면서 ‘시한부’ 선고를 받는 금융권 임원들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26일 제재심의위원회에 앞서 KB금융의 모든 금융사고와 관련해 임영록 회장과 이건호 행장에 대해 중징계를 사전 통보했다. 금융당국은 개별 사고에 대한 책임을 따지면 경징계 대상이나 ▦도쿄지점 불법대출 및 비자금 조성 ▦국민채권 횡령 ▦1조원대 가짜 확인서 발급 ▦KB국민카드 정보유출 사태 ▦전산시스템 교체 파문 등을 병합할 경우 징계수위의 상향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진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KB금융의 각종 사고는 내부 통제가 전혀 안 되고 있다는 의미”라며 “이에 대한 책임을 엄중히 물어 중징계를 통보했다”고 말했다.
임 회장과 이 행장에게는 각각 문책경고의 중징계가 내려질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은 임 회장에게 카드사 정보유출 책임과 전산시스템 교체 파문과 관련한 관리감독 책임을 묻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기의 전 KB카드 사장이 최고 수위 징계인 해임권고상당을 받는 상황에서 정보 유출 당시 고객정보관리인이던 임 회장에게도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는 게 당국의 판단이다. 이 행장의 경우 전산시스템 교체와 관련해 갈등을 봉합하지 못하고 사태를 확산시켜 공신력을 떨어뜨린 데다 도쿄지점 불법대출 사건 당시 리스크담당 부행장을 맡고 있던 것이 중징계 사유인 것으로 전해졌다.
문책경고를 받은 금융권 임원은 연임이 불가능하고 퇴직 후 3년간 금융회사 임원이 될 수 없다. 보통의 경우 문책경고가 확정된 임원들은 사퇴 수순을 밟는 게 관례다. 김종준 하나은행장처럼 금융당국의 압박에도 임기를 마치겠다고 버틸 수는 있으나, 국민은행 노조까지 퇴진을 요구하는 상황이어서 두 사람이 조기에 물러날 가능성도 점쳐진다. KB금융 측은 소명 등 절차가 남아있는 만큼 제재심의위에서 징계수위가 낮아질 여지가 있다고 보고 있으나, 신제윤 금융위원장까지 이날 KB금융에 대해 “일어날 수 없는 사건들이 일어났다”고 비판한 점을 미뤄 수위 변화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금융권의 중론이다.
임원들의 징계와 함께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도 ‘기관경고’의 중징계를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신규사업 진행 등에 제한을 받아 최근 추진 중인 LIG손해보험 인수 등에 제동이 걸리게 된다.
금감원은 이날 KB금융뿐 아니라 신한은행(고객 계좌 불법조회), 하나은행(KT ENS 사기대출), 우리은행(파이시티 특정금전신탁 불완전판매), 한국씨티은행,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 국민카드, NH농협카드, 롯데카드(고객정보 유출) 등의 사고 관련자 100여명 전원에 대해 징계를 통보했다. 가장 큰 관심은 5연임을 하면서 14년째 은행장 자리를 지키고 있는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이 중징계를 받을지 여부다. 현재 카드 3사의 경영진은 정보유출 사태로 모두 물러난데다 리차드 힐 전 한국SC은행장도 정보유출 사태 이후 전격 교체된 상황에서 하 행장에게만 경징계를 내린다면 형평성 시비가 일 가능성이 높다.
금융계 CEO들이 무더기로 징계를 받는 상황이 되면서, 대대적인 물갈이 요구도 거셀 것으로 보인다. 금융계 고위 관계자는 “시한부 선고를 받는 CEO들이 책임과 권한을 갖고 제대로 경영권을 행사할 수 없다”며 “금융권 정상화를 위해서도 교체 요구들이 빗발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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