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제주지사 당선자가 지난 8일 6ㆍ4지방선거 경쟁자였던 새정치민주연합 후보 신구범 전 지사에게 ‘새도정(道政)준비위원장’을 맡아달라고 요청했고, 신 전 지사는 심사숙고 중이라고 한다. 새도정준비위원장은 지사직 인수위원장 자리로, 전례가 없는 제안이다. 남경필 경기지사 당선자는 야당인사를 부지사로 임명하는 내용의 ‘작은 연정’을 공약으로 내세웠고, 최근 새정치연합 측에 인사 추천을 부탁했다고 한다. 보수적인 새누리당 내에서 소장 개혁파를 대표하던 그들다운 발상이라고 할만하다.
여야, 보수ㆍ진보의 대립이 치열한 우리 정치지형을 감안할 때 이를 단순히 승자의 관용이나, 혹은 정치공학적 관점으로만 볼 일은 아니다. 현실적인 필요성 면에서도 해볼 만한 시도다. 현대 다원주의 사회에서 가치를 기반으로 한 경쟁과 갈등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우리 정치문화는 논쟁과 대화를 통해 합리적 조정과 협력의 단계로 나아가는 데 언제나 큰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러다 보니 중앙이나 지방 가릴 것 없이 일방적인 정책 추진과 반발의 악순환을 되풀이해온 게 현실이다. 불통과 발목잡기라는 상호 비판이 난무하게 된 배경이다.
이런 정치환경으로 보면 새정치연합 제주도당이 사전협의 부재를 들어 “자신의 이미지 정치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저열한 정치 쇼”라거나 “협치를 가장한 야합”이라며 시작도 해보기 전에 막아서는 것은 협량(狹量)에 가깝다. 과거 정통성이 없던 독재시대의 변절이나 야합과는 차원을 달리해 볼 필요가 있다.
문제는 두 당선자가 다른 가치의 목소리를 얼마나 귀담아듣느냐다. 야당인사가 정책 수립ㆍ결정 과정에 다른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제기하고, 당선자는 이를 조정해내는 협력구조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게 두 당선자가 의도한 야당인사의 역할일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단순히 구색 맞추기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남 당선자는 “야당 출신 부지사가 내 의사결정에 늘 관여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불통의 리더십이 문제가 되고 있는 이 시대에 다원적 리더십의 가능성을 보이는지, 그냥 한편의 정치 쇼에 그치는지 그 실험을 지켜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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