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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모니즘 창시한 거장, 김흥수 이승의 붓을 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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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모니즘 창시한 거장, 김흥수 이승의 붓을 놓다

입력
2014.06.0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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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화폭에 구상·추상 담아 조형주의 작품 세계 구축

어린이 미술교육 등도 힘써 어제 95세 나이로 별세

구상과 추상을 한 화폭에 담는 ‘하모니즘’의 작품 세계를 구축한 원로화가 김흥수(사진) 화백이 9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5세.

1919년 함경남도 함흥에서 태어난 고인은 1944년 도쿄미술학교를 졸업하고 이후 서울예고와 서울대 미술대학에서 후학을 가르쳤다. 1955년 프랑스로 유학을 떠나 7년 동안 야수파 입체파 표현파 등 현대 회화의 조류를 접하기도 했다. 본래 향토색이 강했던 고인의 화풍은 프랑스 유학의 영향을 받아 이후 현대 서양화의 관능적 분위기를 띠게 됐다. 귀국 후 1961년 제10회 국전 심사위원을 맡았고 성신여대, 미국 무어대, 펜실베이니아 미술학교 교수직을 역임했다.

1970년대 이후에는 구상화와 추상화의 구분을 해체하는 작품을 선보였다. 추상적인 이미지의 화면 위에 여인의 알몸을 겹치는 본능적인 터치가 특징이었다. 기하학적인 문양과 누드의 조화를 꾀하는 고인의 반추상 미술세계는 ‘조형주의(하모니즘)’라는 개념으로 설명됐다. 고인은 1977년 ‘조형주의 예술의 선언’에서 “음과 양이 하나로 어울려 완전을 이루듯 사실적인 것과 추상적인 두 작품 세계가 하나의 작품으로 용해된 조화를 이룩할 때, 조형의 영역을 넘는 오묘한 조형의 예술 세계가 전개된다”며 “극에 이른 추상의 우연의 요소들이 사실 표현의 필연성과 조화를 이룰 때 더욱 넓고 깊은 예술의 창조성을 지니게 된다”고 말했다.

파리 뤽상부르미술관(1990년)과 러시아 모스크바의 푸슈킨 미술관 및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에르미타주 미술관(1993년) 등에서 전시회를 열며 국제적 명성을 얻었다. 1990년대 말 예술의전당에 영재미술학교를 여는 등 어린이 미술교육에도 애착이 강했다. 2002년 10월 이후 세 차례 척추 수술을 받았지만 최근까지 작품 활동을 계속했다. 지난해에는 부인의 유작전에서 “하모니즘의 세계를 널리 알리고 싶었는데 잘 안 됐다”며 “어려움을 극복하고 열심히 작업해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인은 작품뿐 아니라 개인적 삶에서도 숱한 이야기를 남겼다. 1992년 사제지간이던 43세 연하의 고 장수현 화백과 결혼해 화제를 뿌렸다. 장 화백은 2012년 50세의 나이에 난소암으로 먼저 세상을 떠났다. 유족은 용환, 용희, 용자, 용진 등 3남1녀. 영화 ‘풍산개’를 연출한 전재홍 감독이 외손자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발인은 13일 오전. (02)2072-2011 오미환 선임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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