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한국을 불법어업(IUU)국가로 지정할 지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최종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 EU수산총국 관계자들이 어제 방한해 부산 조업감시센터 등을 둘러보고, 오늘부터 이틀간 해양수산부와 양자회의를 갖고 불법어업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눈다. EU는 이번 결과를 토대로 이달 말까지 최종 입장을 정한 뒤 9월 공식 발표한다고 한다.
IUU는 수산자원은 풍부하나 관련 제도가 취약한 저개발국가를 대상으로 이뤄지는 불법어업을 지칭한다. 지금까지 IUU국가로 분류된 나라는 기니와 벨리즈, 캄보디아 등 3개국에 불과하다. 따라서 세계 15위권 경제대국인 한국이 블랙리스트에 오르면 경제적 피해뿐 아니라 국제적 망신을 톡톡히 당하게 된다. 연간 1억 달러에 달하는 수산물의 EU 수출이 전면 금지되고 우리 어선의 EU 항만 입항도 불가능해진다. 서해 불법조업으로 갈등을 빚는 중국과의 협상에서도 불리해질 수 밖에 없다.
한국은 최근 몇 년간 원양어선들이 서부아프리카 연안 수역 등에서 제한량의 최대 4배를 남획하거나, 선박 식별표시 의무 등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지난해 11월 EU로부터 ‘예비 불법어업국’ 판정을 받았다. 정부는 부랴부랴 어선추적장치(VMS)를 의무화하고 원양산업발전법을 개정해 불법어업에 대한 처벌을 강화했지만, EU 측은 ‘한국정부의 처벌 의지를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비공식 양자협의에선 태평양 참치조업 문제까지 새로 거론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세계 원양업계의 강자인 한국을 견제하기 위해 불법어업국 지정을 강행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EU의 제재를 피하려면 무엇보다 대의명분이 중요하다. 정부는 수산자원 보존을 위한 국제적 노력에 동참, 국제법과 국제협약에 맞게 국내 정책과 제도를 정비하고 이행하겠다는 뜻을 확실히 밝혀, 최악의 상황을 막아야 한다. 아울러 국내 원양어업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방안도 제시해야 한다. 돈벌이에만 급급해 관련 국제규정을 준수하지 않으면 지속 가능한 원양어업은 더 이상 어렵다는 점을 민관이 공유하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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