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득권 세력 이너서클 공고 新세습사회 만들어
개개인이 행복한 공동체가 갈등해소 기준돼야
두 번째 세션의 토론은 김의영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의 진행으로 보수와 진보진영의 통렬한 자기반성이 이어졌다. 이날 토론에는 박재완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前 기획재정부 장관),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 황영식 한국일보 논설위원실장이 참여했다.
김의영=
첫 번째 세션이 시대정신으로서의 통합을 거시적으로 얘기 했다면, 두 번째 세션은 보수ㆍ진보의 실패원인과 문제점 등을 행태적ㆍ경험적으로 얘기했다. 이번 토론에서는 박재완 이사장, 김윤태 교수, 황영식 논설위원 순으로 발언을 듣는 것으로 토론을 갈음하도록 하겠다.
박재완=
이번 지방선거 결과를 보면 또 다시 유권자들이 반반씩 나뉘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10여년 동안 선거결과가 박빙의 승부였고, 결과적으로 중도파보다는 극단적인 좌파와 우파가 의석을 크게 늘려가고 있다. 전반적으로 유권자들의 분포가 이른바 쌍봉형 또는 M자형으로 고착화돼 정치인들 역시 온건론자보다는 강경론자 또는 극단론자의 목소리가 더 강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생긴다. 통합의 희망이 자꾸 옅어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부와 직업의 세습이 과도하다는 점도 지적하고 싶다. 기득권 세력들의 네트워킹, 즉 소규모 이너서클이 공고해지는 것이 공동체 정신을 희박하게 만든다. 우리나라에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이 부족한 것도 이 같은 이너서클의 영향이 크다. 보수의 가치는 작은 정부이기 때문에 정부가 챙기지 못하는 부분을 노블레스 오블리주로 보완해야 한다. 성공한 사람들은 기부, 자원봉사, 공익정신 등을 통해 패자를 위로하는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김윤태=
세상 어디에도 갈등 없는 사회는 없다. 오히려 갈등의 존재는 건강한 사회라는 신호다. 따라서 갈등을 너무 부정적으로 해석할 필요는 없다. 이를 어떻게 긍정적 에너지로 바꾸느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과거 국민들은 지역갈등을 제일 심각한 갈등으로 인식했지만, 현재는 빈부갈등, 계층갈등을 가장 심각한 것으로 꼽는다. 국민들의 인식이 변한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는 진보와 보수, 정치세력과 시민사회를 막론하고 이념적으로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많은 사람들이 이념의 종언, 냉전의 종말 등을 선언했지만, 어느 시대에나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열쇠는 이념과 철학이었다.
그런 면에서 보수는 실패했다. 반공주의에 의존했고, 정치적 목적을 위해 지역주의를 이용했다. 신자유주의를 무비판적으로 들여오면서 박정희 정권의 국가주의식 경제철학까지 포기했다. 결과적으로 사회불평등을 악화시켰고 세습사회를 만들었다. 우리나라 주식 부자의 70%가 세습에 의한 것일 정도로 세계에서 미국 다음으로 부의 집중이 심각한 사회다. 이는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심각한 문제이며, 주류경제학의 실패로 볼 수 있다.
진보는 더 심각한 문제를 가져왔다. 김대중 노무현 두 전 대통령이 ‘제3의 길’을 실험했지만 사회 불평등은 더욱 악화됐고, 그 결과 공공선이 쇠퇴했다. 이는 우리사회 구성원 개개인의 가치관 변화를 보면 뚜렷이 나타난다. 현재 사회구성원들은 다 개인의 이익만을 따진다. 성형수술, 주식 투자 열풍 등 다 공공선의 결여에서 비롯된 문제다.
결국 보수와 진보가 함께 공존하고 협력할 때 사회가 건강하게 발전한다. 합의민주주의, 노사정 합의, 복지국가 건설 등이 필요하다. 스위스나 독일이 세계적인 경제 위기 속에서도 어떻게 경제성장을 이어가는지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황영식=
보수와 진보의 대립과 갈등을 해소하는 데 있어서 기준이 돼야 할 것은 개개인의 행복 추구다. 개인이 행복하지 않은 공동체는 무의미하다. 우리가 공동체에 대해 논의하는 이유 역시 궁극적으로 개인이 진정한 행복을 느끼기 위한 것이다. 개인이 행복 하려면 스스로의 정체성 인식이 선행돼야 하는데, 개인은 세계라는 공간과 시간 속에서 스스로를 인식한다. 따라서 개인과 공동체는 얼마든지 조화를 이룰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우리사회는 좁은 지역에서도 개인과 공동체가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서울처럼 도시화된 지역에서 사람들은 ‘내가 여기서 살고 있다’는 인식을 잘못한다. 이 같은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공동체 의식이 구단위로까지 내려 가는 문화는 형성될 수 없다. 제도로서 문화를 바꿔야 한다. 제도와 문화는 조응을 하기 때문에 결국에는 좋은 제도를 만드는 데 더 많은 지혜를 쏟아야 한다. 학계의 역할이 중요하다.
박주희기자 jxp93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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