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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0원선마저 붕괴... 원화, 끝모를 나홀로 강제

입력
2014.06.09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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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B 마이너스 금리 등 영향

5년 10개월만에 최저치

"연내 세 자릿수 가능성도"

연초 이후 원ㆍ달러 환율 추이
연초 이후 원ㆍ달러 환율 추이

환율 지지선이었던 1,020원선마저 무너졌다. 주요 신흥국 통화 중에서도 원화만 연초 대비 4% 가까이 오르는 등 나홀로 상승세다. 한국시장에 대한 투자가 늘고, 수출 호조로 막대한 달러가 들어오면서 원화가 강세를 띠고 있지만, 환율이 세 자릿수로 떨어지게 되면 반대로 수출경쟁력이 약화되고 투기세력이 늘어나 시장이 취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점점 커지고 있다.

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4.3원 떨어진 1,016.2원에 거래를 마쳤다. 외환당국의 방어로 위태롭게 지탱해오던 1,020원선을 결국은 내주고 만 것. 2008년 8월6일(1,015.9원) 이후 5년10개월만에 최저치다.

이날 원화 강세는 지난주 유럽중앙은행(ECB)이 마이너스 금리 도입, 저금리 장기대출(LTRO) 등 통화완화 정책을 내놓은 영향이 컸다. ECB가 시중에 돈이 풀리도록 유도하는 정책을 내놓으면서 한국 등 신흥국으로 자금이 유입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원화강세를 이끌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유럽이 돈을 풀어주면서 신흥국 시장 등 위험자산 투자심리가 크게 개선됐다”며 “신흥국 중에서도 경제 체력이 좋은 한국에 자금이 많이 몰려 원화가치가 급격히 올랐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미국 고용지표가 양호하게 나오면서 선진국 경기회복에 따른 기대감도 반영됐다.

문제는 주요 신흥국 통화 중에서도 원화만 유독 강세라는 것. 이날 외환시장에서 원ㆍ위안 재정환율은 162.94원으로 2011년 8월1일(163.02) 이후 2년11개월만에 최저치를 갈아치웠다. 위안화 대비 원화 가치는 연초 이후 10% 가까이 뛰었다. 원ㆍ엔 재정환율도 이날 100엔당 991.94원까지 떨어지며 이젠 990원선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던 2월4일(1067.62원)과 비교하면 원화 가치 상승률이 7%에 달한다. 이지형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이나 중국과 달리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6,7%에 달한다”며 “흑자 행진이 계속되면서 꾸준히 글로벌 자금이 유입돼 원화 강세가 더 두드러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젠 환율이 연내 세 자릿수로 떨어지는 것도 꽤 유력한 시나리오 중 하나로 거론된다. 달러당 900원대의 세 자릿수 환율은 2008년 4월28일(996.60원) 이후 없었다. 이 연구원은 “원화 절상 속도가 가팔라지면서 연내 세 자릿수로 환율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며 “당국의 개입 강도가 1,000원선을 지킬 수 있을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모건스탠리는 내년 초 환율이 달러당 960원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원화 강세에 수출기업의 비명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삼성물산(-7.49%), 현대차(-0.44%)와 기아차(-0.18%) 등 수출 대형주들이 일제히 하락하며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5.44포인트 내린 1,990.04로 마감했다. 전승지 연구원은 “당분간 선진국 자금이 국내로 유입될 가능성이 높아 원화강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중국과 일본 등과 수출경쟁을 하는 기업들은 추가 환율 하락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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