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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이와 식사... 소셜 다이닝 열풍에 마케팅도 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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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이와 식사... 소셜 다이닝 열풍에 마케팅도 활발

입력
2014.06.09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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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식사하며 관심사 공유 국내 최대 플랫폼 '집밥' 누적 모임 수 4300여개 회원 수도 3만여명 달해 싱글남녀 모집해 제품 홍보 식품업계도 앞 다퉈 마케팅

'샹그리아 파티'라는 주제로 열린 소셜다이닝 모임에 참석한 이들이 건배를 하며 친목을 다지고 있다.
'샹그리아 파티'라는 주제로 열린 소셜다이닝 모임에 참석한 이들이 건배를 하며 친목을 다지고 있다.
싱글족들이 지난달 24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백설요리원에서 CJ제일제당 소속 셰프가 알려준 요리법에 따라 ‘핫 치킨 퀘사디아’를 만들고 있다. CJ제일제당 제공
싱글족들이 지난달 24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백설요리원에서 CJ제일제당 소속 셰프가 알려준 요리법에 따라 ‘핫 치킨 퀘사디아’를 만들고 있다. CJ제일제당 제공

5일 오후 7시 서울 명동의 한 레스토랑에는 서로 처음 보는 사람들이 모였다. 소셜다이닝을 주선하는 사이트‘집밥’에서 소개한 ‘샹그리아(포도주에 소다수와 과일 등을 넣어 만든 스페인 술) 파티’라는 글을 보고 모여 든 이들이다.

“설탕을 뿌려 몇 시간 숙성을 시킨 과일인데요. 여기에 레드와인을 부어서 최소 3시간, 길게는 2, 3일 더 두셨다 드시면 됩니다.”모임 주최자의 샹그리아 만드는 법 설명에 따라 참가자들은 미리 준비된 재료로 샹그리아를 만들기 시작했다.

자연스레 식사가 이어졌고, 중학교 교사 바리스타 금융인 등 하는 일은 달라도 금방 대화가 오고 갔다. ‘술을 좋아해서’‘친구를 사귀려고’등 오게 된 계기는 공통적으로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이들은 2시간 반의 시간과 2만원을 투자하고 샹그리아 만드는 법을 배웠고, 새로운 인맥을 쌓았다.

낯선 사람과 만나 같이 공통의 관심사를 나누며 식사를 나누는 ‘소셜다이닝’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9일 국내 최대 규모 소셜다이닝 플랫폼 ‘집밥’에 따르면 2013년 3월 공식 출범한 후 알선한 누적 모임수는 4,300여건에 이른다. 회원은 3만여명.

이 사이트에 누구나 대화 주제와 장소를 정해 글을 올리면, 다른 이들이 이를 보고 참가 신청을 할 수 있다.‘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다녀왔거나 가실 계획 있으신 분, 저희 집에서 밥 먹으며 이야기 나눠요’같은 글들이 올라온다. 집밥 관계자는 “초기 때만 해도 일주일에 5개 모임이 진행될까 말까였지만, 지금은 200여개의 모임이 열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왜 서로 알지도 못 하는데 모여서 밥을 먹는 데 돈을 쓰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1인가구가 늘어난 것과 연관이 깊다고 설명한다. 혼자 사는 이들이 증가하면서 외로움을 느끼는 이들이 늘어난 것. 지난해 국내 전체 가구 비중 가운데 1인 가구의 비중은 25.9%를 차지했다. 4가구 중 1가구는 1인 가구다.

‘집밥’을 만든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다. 혼자 살던 이 회사의 대표가 혼자 밥 먹는 게 싫어 페이스북에 직접 만든 요리를 나눠먹자는 글을 올렸는데, 반응이 뜨거워 회사를 차린 것이다. 다른 건 몰라도 밥 먹는 일만큼은 혼자 하기가 어려운 모양이다.

현택수 한국사회문제연구원장은 “사회가 점차 원자화되고, 가족 규모도 작아지면서 일상 생활에서 인간관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제주도에서 올라와 서울에 둥지를 튼 지 6개월쯤 된 김유나(25)씨는 “서울에 아는 친구가 없어서 친구를 사귀기 위해 여러 소셜다이닝 모임에 참가하고 있다”며 “실제 이 곳에서 만나 친해진 이들이 많아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소셜다이닝 자체가 주는 재미나 이색 경험이 매력적인 점도 한 몫 한다. 예컨대 21차례나 진행된 ‘어둠 속의 식사, 블라인드 레스토랑을 아시나요?’는 모르는 남녀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두운 레스토랑에서 처음 만나 식사를 하는 체험이다. 이 곳은 시각장애인이 일반인을 대상으로 운영하고 있는 식당인데, 영화 ‘어바웃타임’에서 남녀 주인공인 불 꺼진 레스토랑에서 처음 만나 사랑에 빠지는 모습으로 영화팬 들에게는 이미 친숙하다. 집밥 관계자는 “아웃사이더들의 모임 아니냐는 의구심이 들겠지만, 참가자 중 대부분은 외톨이가 아니라 새롭고 재미 있는 일을 찾아나선 이들”이라고 설명했다.

초기에는 진짜 집밥을 나눠먹는 것에서 시작해 이제는 수제 맥주 만들기, 우쿨렐레(작은 기타같이 생긴 4현 악기)ㆍ젬베(아프리카 전통 타악기) 배우기 등 종류도 다양해졌다.

소셜다이닝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다 보니 식품업계도 본격적인 소셜다이닝족 잡기에 나서고 있다. 소셜다이닝을 즐기는 이들 중에는 2030 싱글족들이 많은데, 이들을 주요 타깃으로 하는 제품 홍보를 위해 소셜다이닝을 지원하는 것이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도 기업의 마케팅을 잘 활용하면 요리를 배우거나, 제품을 무료로 체험할 수 있다.

CJ제일제당은 지난달 집밥을 통해 28~35세의 싱글남녀를 모집한 후 이들을 위한 요리 모임을 무료로 열었다. 회사 소속 셰프가 자사 찌개양념제품을 이용해 집에서 간단히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요리를 알려주고, 참가자들은 레시피에 따라 직접 요리를 하고 완성된 음식을 함께 먹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소셜다이닝 중에는 직접 만든 요리를 함께 나누는 경우가 많은데, 해당제품이 집에서 손쉽게 찌개나 국을 만들 수 있다는 컨셉트여서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며 “앞으로도 이 같은 모임을 계속해서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CJ는 지난해에도 페이스북을 통해 소셜다이닝을 진행하려는 이들의 사연을 받아 이들 모임을 지원했다. 선정된 6개팀에 CJ가 보유한 레스토랑의 공간을 제공하고 해당 브랜드 베스트 메뉴 3가지와 생맥주를 무제한으로 제공했다.

주류업체인 배상면주가도 소셜다이닝 모임에 자사 제품인 산사춘을 제공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소셜다이닝 참가자가 산사춘의 주요 타깃층과 매우 흡사하기 때문에 지난 2, 3월에 걸쳐 ‘월요식당’이라는 소셜다이닝 모임에 제품을 협찬했고, 이번 달에도 지원을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채지선기자 letmekno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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