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앞두고 고별 무대될 듯
미국이 스위스 제네바에서 9일 시작된 이란 핵 협상에 막후 협상채널인 윌리엄 번스(사진) 국무부 부장관을 전격 투입했다. 웬디 셔먼 정무차관이 이란 측과 협상에서 진척을 내지 못하자 나온 조치다. 외교관의 전설로 불리는 번스 부장관이 협상에 직접 나서면서 난항을 거듭 중인 이란 핵 협상에 돌파구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그는 지난해 11월 이란 핵의 제네바 잠정 합의를 이끌어낸 바 있다. 이틀에 걸쳐 미국과 이란의 양자 대화로 진행되는 이번 협상에는 셔먼 정무차관, 조바이든 부통령의 국가안보보좌관인 제이크 설리번 등 미 정부의 주요 핵 협상팀이 모두 참가한다. 번스 부장관은 특히 올 10월 은퇴를 앞두고 있어 이번이 외교관으로서 마지막 직접 협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란에서는 압바스 아락치 차관이 나온다. 협상 쟁점은 이란의 우라늄 농축과 이란 제재를 어느 선까지 용인하고, 해제할 지에 모아진다. 협상 이후 오는 16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이란과 주요 6개국(P5+1: 유엔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과 독일)의 핵 협상이 재개된다. 협상 시한은 7월20일이나 6개월 연장할 수 있다. 협상이 타결되면 버락 오바마 미국 정부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최고의 외교적 성과를 거두게 된다. 미국과 이란의 이번 제네바 협상은 1979년 이슬람혁명 이후 처음으로 공식 양자 대화를 재개한 것이란 의미도 있다. 두 나라는 작년 비공개 양자 접촉을 벌여 제네바 잠정 합의를 도출했었다. 미국이 이처럼 이란과 직접 협상에 나선 것은 그간 대화에서 이란의 핵무기 포기에 대한 신뢰가 쌓였기 때문이다. 북한도 충분한 사전조치로 신뢰가 구축되면 ‘이란 식 모델’이 적용된 북미 대화를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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