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정 앞에서 천진난만한 표정 짓지만
할머니 눈물에 어렴풋이 죽음 아는 듯
외삼촌 "요셉이 밝게 키울 것" 다짐
8일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세월호 침몰 참사로 희생된 부모와 형의 영정이 걸려 있지만 조요셉(7)군의 표정은 천진난만했다. 오전 11시 30분쯤 빈소를 찾은 친척이 오열하자 요셉군의 얼굴이 굳어졌다. 말 없이 빈소 안에 마련된 가족실로 쏙 들어갔다. 흰 셔츠 소매가 손을 덮을 정도로 길었고, 바지도 벙벙했다. 요셉군에게 상복은 너무 컸다.
요셉군은 아버지 충환씨와 어머니 지혜진(45)씨, 형 지훈(11)군과 제주도 여행을 떠났다가 참사로 피붙이를 모두 잃었다. 사고 당시 요셉군 혼자 구조됐고 형과 어머니의 시신은 각각 사고 3일째와 7일째, 아버지의 시신은 52일째 날에 발견됐다. 사고 후 진도 실내체육관에서 줄곧 충환씨를 기다리던 요셉군의 외삼촌 지성진(47)씨는 “시간이 많이 흘러 못 찾을까 걱정했는데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한 달 가까이 심리치료를 받은 요셉군은 성진씨 집에서 생활하고 있다. “우리 집에 처음 왔을 때는 ‘이거 써도 돼요?’ ‘저 TV 봐도 돼요?’라고 물어보더라고요. 마음이 아팠죠. 그래서 ‘이제 네 집이야 물어보지 않고 해도 돼’라고 했어요.”
성진씨는 요셉군이 어리지만 의도적으로 부모를 찾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할머니가 흐느끼는 게 요셉군 눈에 또 마음 아픈 일일 것이라고 성진씨는 생각했다. 그래도 한두 번씩 찾을 때는 “조금만 기다려”라고 한다고 했다. “그럴 때마다 요셉이는 맛있는 것이 있어도 먹지 않아요. (피붙이의 죽음을) 어렴풋이 아는 거죠.”
그나마 요셉군이 밝은 모습을 되찾았지만 성진씨는 다시 상처를 입지 않을까 봐 걱정이 많다. 그는 사고 후 3주쯤 지났을 때 TV 뉴스에 요셉군 어머니가 구명조끼를 끌어안고 ‘아들을 찾아달라’고 소리치는 장면이 나오자 요셉군이 화장실에 들어가 혼자 울고 있었다고 했다. 성진씨는 “지금은 잘 모르는 듯하지만 나중에 자기 빼고 부모, 형이 다 죽었다는 걸 깨달았을 때 얼마나 큰 상처가 될까 제일 걱정”이라며 “완전히 정상적으로 밝게 키우겠다”고 힘줘 말했다.
요셉군의 가족들은 9일 합동영결식 후 경기 파주시에 마련된 가족묘에 안장될 예정이다.
안아람기자 onesh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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