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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앰부시 마케팅'의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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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앰부시 마케팅'의 진화

입력
2014.06.0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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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홍명보·김연아 등 스포츠 스타 앞세워 ‘참신하고 흥미롭다’평가

박지성 전 축구국가대표팀 선수와 그룹 빅뱅의 지드래곤이 함께 등장한 LG유플러스 모바일 TV광고. LG U+제공
박지성 전 축구국가대표팀 선수와 그룹 빅뱅의 지드래곤이 함께 등장한 LG유플러스 모바일 TV광고. LG U+제공

LG유플러스는 지난 주말 최근 은퇴한 박지성 전 축구국가대표팀 선수와 인기그룹 빅뱅의 리더 지드래곤이 함께 나오는 모바일 TV ‘U+HDTV’ 광고를 내보냈습니다. 박 선수가 스마트폰으로 축구 경기를 보다 자리를 비운 사이 골 장면을 놓쳐 아쉬워하자 지드래곤이 ‘타임머신’ 기능으로 다시 보여준다는 내용인데,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무뚝뚝한 두 남자가 묘한 조합을 만들며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회사 측은 2탄을 내보낼 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합니다.

삼성전자도 홍명보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과 김연아, 이상화, 박태환 등 내로라하는 스포츠 스타들을 한꺼번에 등장시켜, 커브드 UHD TV, 스마트에어컨 Q9000, 셰프컬렉션 냉장고, 스마트폰 갤럭시S5, 웨어러블 기기 기어핏 등을 알리는 광고를 틀고 있습니다.

두 회사가 13일부터 시작되는 2014브라질월드컵 특수를 노리기 위해 ‘엠부시(매복) 마케팅’을 펼치기 시작한 것인데요.

월드컵, 올림픽을 주최하는 세계축구연맹(FIFA),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공식 스폰서 십에 들어가면 대회 관련 엠블렘 사용, 경기장 내 광고 등이 가능하지만, 대가로 최소 10억 달러(약 1조200억 원)라는 천문학적 비용이 들기 때문에 그 대신 특정 선수나 팀 스폰서 자격으로 이들을 응원하는 식으로 대회 공식 스폰서 업체인 것처럼 포장해서 광고하는 것입니다.

홍명보 축구국가대표팀 감독과 이상화, 김연아, 박태환 선수 등이 한꺼번에 나오는 삼성전자 광고. 삼성전자 제공
홍명보 축구국가대표팀 감독과 이상화, 김연아, 박태환 선수 등이 한꺼번에 나오는 삼성전자 광고. 삼성전자 제공

앰부시 마케팅은 2002한일월드컵 때 SK텔레콤이 월드컵 대표팀 공식 스폰서 자리를 경쟁 회사에 내주자 축구 대표팀 응원단 ‘붉은 악마’와 후원 계약을 맺고, 붉은 색 유니폼과 ‘대!한!민!국! 짝짝짝 짝짝’ 이라는 유행어를 앞세워 공식 스폰서 이상의 효과를 보면서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월드컵’, ‘대표팀’ 등을 마음껏 쓸 수 있는 공식 스폰서보다 ‘우회 전략’을 펼쳐야 하는 매복 광고가 오히려 참신하고 흥미롭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는 점입니다. 실제 삼성전자는 이번 광고에서 사상 처음 서로 다른 카테고리의 제품을 한 광고에 노출해 시너지를 노리는 ‘크로스 카테고리’ 전략을 적용했습니다. ‘축구’ ‘감독’ ‘2014년 6월’ ‘16강ㆍ8강’이라는 단어도 교묘하게 배치했습니다.

SBI저축은행은 소치올림픽 때 금메달 3개 획득을 연상시키는 ‘소치에서 애국가가 세 번 울리면’이라는 주제로 알통구보 등 흥미로운 공약을 하고 이를 실천하는 마케팅으로 호평을 받았습니다.

광고전략회사 더 슬레이트의 최지원 대표는 “공식 스폰서는 고액의 비용을 지불한데다 글로벌 시장을 겨냥하기 때문에 안정 위주의 전략을 짜는 반면 앰부시 마케팅은 특정 나라를 겨냥하고 치고 빠지는 게릴라 전략이기 때문에 다채로운 시도를 해 볼 수 있는 여지가 많다”고 분석했습니다.

앰부시 광고에서는 ‘얼굴 마담’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에 스타 영입 전쟁도 치열합니다. 박지성 선수 영입에 성공한 LG유플러스 관계자는 “박 선수가 은퇴 한다는 소식이 흘러나오자 마자 박 선수 아버지를 통해 접촉했다”며 “많은 업체들이 달려들었지만 우리가 맨 처음이었고, 과거 X-캔버스 TV 광고 모델을 했던 인연도 작용한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스피드스케이팅 이상화 선수는 올 초 소치 동계올림픽 때는 공식스폰서 삼성전자 대신 기아차 모델로 나왔다가 이번에는 공식 스폰서인 현대ㆍ기아차 대신 삼성전자 모델로 나오기도 했습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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