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홍명보·김연아 등 스포츠 스타 앞세워 ‘참신하고 흥미롭다’평가
LG유플러스는 지난 주말 최근 은퇴한 박지성 전 축구국가대표팀 선수와 인기그룹 빅뱅의 리더 지드래곤이 함께 나오는 모바일 TV ‘U+HDTV’ 광고를 내보냈습니다. 박 선수가 스마트폰으로 축구 경기를 보다 자리를 비운 사이 골 장면을 놓쳐 아쉬워하자 지드래곤이 ‘타임머신’ 기능으로 다시 보여준다는 내용인데,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무뚝뚝한 두 남자가 묘한 조합을 만들며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회사 측은 2탄을 내보낼 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합니다.
삼성전자도 홍명보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과 김연아, 이상화, 박태환 등 내로라하는 스포츠 스타들을 한꺼번에 등장시켜, 커브드 UHD TV, 스마트에어컨 Q9000, 셰프컬렉션 냉장고, 스마트폰 갤럭시S5, 웨어러블 기기 기어핏 등을 알리는 광고를 틀고 있습니다.
두 회사가 13일부터 시작되는 2014브라질월드컵 특수를 노리기 위해 ‘엠부시(매복) 마케팅’을 펼치기 시작한 것인데요.
월드컵, 올림픽을 주최하는 세계축구연맹(FIFA),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공식 스폰서 십에 들어가면 대회 관련 엠블렘 사용, 경기장 내 광고 등이 가능하지만, 대가로 최소 10억 달러(약 1조200억 원)라는 천문학적 비용이 들기 때문에 그 대신 특정 선수나 팀 스폰서 자격으로 이들을 응원하는 식으로 대회 공식 스폰서 업체인 것처럼 포장해서 광고하는 것입니다.
앰부시 마케팅은 2002한일월드컵 때 SK텔레콤이 월드컵 대표팀 공식 스폰서 자리를 경쟁 회사에 내주자 축구 대표팀 응원단 ‘붉은 악마’와 후원 계약을 맺고, 붉은 색 유니폼과 ‘대!한!민!국! 짝짝짝 짝짝’ 이라는 유행어를 앞세워 공식 스폰서 이상의 효과를 보면서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월드컵’, ‘대표팀’ 등을 마음껏 쓸 수 있는 공식 스폰서보다 ‘우회 전략’을 펼쳐야 하는 매복 광고가 오히려 참신하고 흥미롭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는 점입니다. 실제 삼성전자는 이번 광고에서 사상 처음 서로 다른 카테고리의 제품을 한 광고에 노출해 시너지를 노리는 ‘크로스 카테고리’ 전략을 적용했습니다. ‘축구’ ‘감독’ ‘2014년 6월’ ‘16강ㆍ8강’이라는 단어도 교묘하게 배치했습니다.
SBI저축은행은 소치올림픽 때 금메달 3개 획득을 연상시키는 ‘소치에서 애국가가 세 번 울리면’이라는 주제로 알통구보 등 흥미로운 공약을 하고 이를 실천하는 마케팅으로 호평을 받았습니다.
광고전략회사 더 슬레이트의 최지원 대표는 “공식 스폰서는 고액의 비용을 지불한데다 글로벌 시장을 겨냥하기 때문에 안정 위주의 전략을 짜는 반면 앰부시 마케팅은 특정 나라를 겨냥하고 치고 빠지는 게릴라 전략이기 때문에 다채로운 시도를 해 볼 수 있는 여지가 많다”고 분석했습니다.
앰부시 광고에서는 ‘얼굴 마담’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에 스타 영입 전쟁도 치열합니다. 박지성 선수 영입에 성공한 LG유플러스 관계자는 “박 선수가 은퇴 한다는 소식이 흘러나오자 마자 박 선수 아버지를 통해 접촉했다”며 “많은 업체들이 달려들었지만 우리가 맨 처음이었고, 과거 X-캔버스 TV 광고 모델을 했던 인연도 작용한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스피드스케이팅 이상화 선수는 올 초 소치 동계올림픽 때는 공식스폰서 삼성전자 대신 기아차 모델로 나왔다가 이번에는 공식 스폰서인 현대ㆍ기아차 대신 삼성전자 모델로 나오기도 했습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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