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020원 선이 사실상 무너졌다. 원ㆍ달러는 지난 5월30일 장중 한 때 1,020원 선이 깨졌다가 반등한 후, 당국의 적극적 개입에 따라 그 동안 가까스로 현상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연휴 직전인 지난 5일 유럽중앙은행(ECB)이 시중은행 예치금에 대해 마이너스 금리를 전격 채택하는 바람에 다시 하락(원화가치 상승) 압력에 노출됐다. 결국 연휴 중이던 6일 역외시장에서 거래된 원ㆍ달러는 다시 한 번 1,019.95원까지 내려간 상황이다.
ECB의 마이너스 금리 적용은 시중은행들이 ECB에 돈을 예치하면 오히려 이자를 물리겠다는 것이다. 여유자금의 중앙은행 환류를 막아 시중에 풀리도록 유도함으로써 최대한 경기를 살리겠다는 포석이다. 문제는 ECB의 조치가 유럽연합(EU)의 금리를 낮춰 글로벌 자금이 유럽으로부터 미국이나 신흥국으로 이동하는 국면을 만들고, 그에 따라 외화의 국내 유입이 늘면서 원화 환율 하락세를 가중시킬 우려가 크다는 점이다.
ECB 변수 등으로 원화 값이 추가 상승할 경우 무엇보다 원ㆍ엔 환율이 걱정이다. 원ㆍ엔 환율은 원화가 달러에 대해 강세를 유지하는 가운데, 엔화는 달러 대비 약세를 이어가면서 원ㆍ달러보다 훨씬 가파른 하락세를 나타냈다. 이미 5년9개월만의 최저치인 995원 이하까지 주저앉아 일본과 경합제품이 많은 국내 중소기업 수출과 채산성에 빨간 불이 켜진 상황이다. 다수 외환 전문가들의 예측대로 원ㆍ엔이 950원대까지 내려가면 올해 중소기업 경기회복은 매우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환율에 대한 정책 대응은 우선 급변동을 막는데 초점을 둬야 한다. 당국 역시 당분간은 ECB 변수에 따른 환투기 방지를 위한 제한적 시장개입, 즉 스무딩 오퍼레이션(Smoothing Operation)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미 엔화 등 주변국 통화에 비해 고평가된 원화의 추가 상승(환율 하락)세가 강하게 이어질 경우, 한국은행도 금리인하 등을 통해 원화 절하에 나설 필요성이 커진다. 12일로 예정된 금융통화위원회에 앞서 한은은 급변하고 있는 외환 상황을 신중히 재검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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