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心' 대변 이정현 수석 사표로 인적쇄신 폭 늘어
차기총리 면모·김기춘 교체여부가 색깔 좌우할 듯
회전문 인사·돌려막기 땐 '무늬만 2기' 역풍 소지

박근혜 대통령이 8일 1기 참모진의 핵심이자 최측근인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의 사표를 전격 수리한 데는 사실상 박근혜 정부 1기를 마감하고, 2기 체제를 새롭게 구성하겠다는 뜻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이 수석의 사퇴로 세월호 참사 이후 사의를 표명했거나 사표가 수리된 고위 공직자는 정홍원 국무총리와 남재준 전 국정원장, 김장수 전 국가안보실장을 포함해 4명으로 늘었다. 이들 모두 정부 출범부터 내각과 안보 라인 등 각 분야 핵심 기둥 역할을 해오며 사실상 박근혜 정부를 대표하는 인물로 꼽혔던 점을 감안하면 세월호 참사 이후 계속되고 있는 인적 쇄신의 강도를 짐작케 할 수 있다.
청와대 1기 멤버로서 정무수석에 이어 홍보수석을 맡으며 ‘박심(朴心)’을 대변해왔던 이 수석은 당초 청와대 참모진 개편 와중에도 계속 자리를 지킬 것이란 전망도 없지 않았으나, 결국 인적 교체의 물결을 비켜가지 못했다. 이에 따라 정치적 무게감으로 따졌을 때 1기 정부의 핵심 인사로 이제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만 남게 됐다는 얘기가 나온다. 실제 세월호 참사 이후 야권이 인적 교체 대상으로 지목하며 공세를 폈던 이들 중 유일하게 남은 인사가 김 실장이다.
이 수석의 사퇴와 함께 차기 총리 인선이 임박함에 따라 박근혜 2기 정부는 초읽기 상태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2기 정부의 색깔은 차기 총리를 비롯한 새 인물 등용, 김기춘 실장 사퇴 여부 등에 달렸다는 얘기가 나온다. 청와대는 6ㆍ4 지방선거에서 드러난 민심을 껴안기 위해 차기 총리는 ‘화합형’을 고려하면서도 경제부총리와 신설되는 ‘교육ㆍ사회ㆍ문화 부총리’에는 박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힘 있게 추진할‘정무형 인사’를 발탁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차기 총리가 1기 내각 때처럼 ‘대독 총리형’이 인선된다면 인적 쇄신의 의미가 크게 퇴색될 수 있다는 점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인적 쇄신 요구의 핵심은 내각이 청와대 눈치 보기의 무기력증에서 벗어나 소신과 책임을 갖고 일하라는 주문이었다.

또 총리 인선에 이어 새롭게 구성될 새 내각과 청와대 참모진의 면모가 1기 멤버 위주로 짜여진다면 ‘돌려막기’나 ‘회전문 인사’라는 역풍을 맞을 수 있다. 김관진 국방장관이 새 국가안보실장에 내정된 것처럼 차기 국정원장에도 윤병세 외교장관이나 황교안 법무장관 등이 거론돼왔는데, 주요 직책에 새 인물의 발탁이 많지 않으면 “무늬만 2기 정부”이라는 소리를 피하기 어렵다.
김기춘 비서실장의 교체 여부도 2기 정부의 색깔을 좌우할 변수다. 이 수석의 사퇴로 청와대 참모진이 대폭 교체될 것으로 보이지만, 청와대 내부에서는 김 실장이 차지하는 역할을 감안한 유임설이 적지 않다. 문제는 인적 쇄신의 효과다. 청와대 주변에서는 “ 대통령 측근 대부분이 물러난 상황이기 때문에 김 실장이 계속 남을 것”이란 의견과 “2기 정부의 의미를 부각하기 위해서는 내각과 참모진 교체가 마무리될 때 김 실장도 물러날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 엇갈리고 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