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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 무대 오른 수집가의 안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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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 무대 오른 수집가의 안목

입력
2014.06.08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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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옥션·K옥션 전대표 김순응씨, 그림 20점 내놔 “좋은 작가 세상에 알리고파”

K옥션 전시장의 마리킴 작품 앞에 선 김순응씨. 그는 마리킴이 세계적인 작가가 될 거라고 높이 평가했다. 홍인기기자
K옥션 전시장의 마리킴 작품 앞에 선 김순응씨. 그는 마리킴이 세계적인 작가가 될 거라고 높이 평가했다. 홍인기기자

국내 양대 미술품 경매회사 서울옥션과 K옥션의 대표를 지낸 김순응(61ㆍ김순응아트컴퍼니 대표)씨는 안목 있는 수집가이기도 하다. 30년 넘게 그림을 모아 왔다. 좋은 작가를 알아보는 수집가로 알려지면서, 그가 아트페어에 나타나면 어떤 작품에 관심을 보이는지 궁금해 따라다니는 사람도 있다.

K옥션이 18일 여는 여름 경매는 ‘김순응 컬렉션’ 20점을 공개한다. 서도호, 최우람, 홍승혜 등 현대 설치작가 작품들과 김환기, 박수근, 장욱진, 이우환, 이대원, 오치균 등 국내 대표작가 작품을 포함해 총 214점이 나오는 이번 경매에서 김순응 컬렉션은 오치균, 이진용, 이동기, 마리킴의 작품을 선보인다.

“가슴이 아프죠. 늘 머리맡에 두고 보던 것들을 떠나 보내려니.”

경매에 앞서 출품작을 소개하는 프리뷰 전시장에서 만난 그는 허전한 표정을 지었다. 속살을 내보이는 것처럼 부끄럽다고도 했다. 그래도 내놓은 것은 “좋은 작가를 세상에 알리고 싶다는 간절한 꿈” 때문이다. 대중의 관심을 모으려면 경매가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판단했다.

“이진용과 마리킴은 해외에서 더 유명해요. 국내에선 덜 알려졌죠. 그런 작가들 많아요. 배병우의 소나무 사진은 2005년 팝스타 엘튼 존이 산 뒤에야 관심을 받았죠. 오치균 그림도 그래요. 지금은 작품가 1억원대의 인기 작가지만 1990년대 말 제가 처음 살 때는 시커먼 그림을 누가 사느냐며 거들떠보지도 않았으니까요.”

수집가 이름을 내건 미술 경매는 국내에서 보기 힘든 풍경이다. 미술품 수집을 사치나 탈세 수단으로 보는 분위기 때문에 수집가도, 구매자도 이름 밝히기를 꺼린다. 크리스티나 소더비 같은 세계적 경매사는 종종 수집가 이름으로 단독 경매를 진행한다. 안목이 뛰어난 수집가가 소장했던 작품이라면 그만큼 위상이 올라간다.

그는 ‘그림에 미친 은행원’이었다. 23년 간 하나은행에서 일하며 임원까지 올라갔지만 2001년 국내 첫 미술 경매사 서울옥션이 생기면서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제안 받고 직업을 바꿨다. 서울옥션에서 4년, K옥션에서 6년(2005~2011년)간 대표를 맡아 미술 경매를 키우고 정착시켰다. 그 뒤 김순응아트컴퍼니를 설립해 미술교육과 작품 구입 컨설팅, 시장 조사, 전시 등의 일을 하고 있다.

“발길에 진주가 채이는데, 사람들에게 보여주면 열에 아홉은 돌멩이 아니냐고 해요. 좋은 작가들이 많은데도 안 알려진 것은 화랑, 비평가, 수집가 모두의 책임이죠. 제 모든 역량을 작가들을 위해 쏟을 겁니다. 미술이 제게 준 기쁨에 보답해야죠. 한국 미술시장은 아직 멀었어요. 작가가 잘 살아야 문화가, 나라가 잘 된다고 믿습니다.”

지금까지 그는 약 500점의 그림을 모았다. 사고 싶은 작품이 너무 많아 통장은 늘 잔고가 없다고 한다. 안목이 높다는 말을 듣지만 그는 자신의 안목을 믿지 않는다.

“좋다, 싫다는 기호와 취향은 달라요. 칸트가 말했죠, ‘취향은 지식에서 나온다’고. 제 취향과 안목을 의심하면서 끊임없이 작가와 작품을 공부합니다. 아는 만큼 보이니까요. 제가 선택한 작가가 인정 받았을 때 느끼는 희열과 성취감은 말로 다할 수 없어요. 그 맛에 중독돼 계속 수집하는 거고요.”

그는 14일 오후 3시 K옥션 전시장에서 자신의 컬렉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번 경매는 18일 오후 4시에 시작한다. 프리뷰 전시는 17일까지 한다. 오미환 선임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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