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취 둘러싸고 갈등 잦아지자
2011년 상생발전 손잡아
더불어장터·공동 사업까지
2년 전 소통대상 공동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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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물의 역류로 염화가 심해지면서 재첩 생산량이 줄어 들고 있어요. 섬진강에서 재첩이 사라지지 않도록 이웃사촌끼리라도 손을 맞잡아야죠.”(김병채ㆍ60 ㆍ경남 하동군 하동읍 광평리 어업계장)
“눈만 뜨면 맞닥뜨리는, 한 마을 사람이나 마찬가진데 영ㆍ호남이 어디 있습니까. 섬진강의 명물 재첩을 후손들에게 물려 줄 수 있도록 서로 머리를 맞대야죠.”(양형호ㆍ68ㆍ전남 광양시 진월면 월길리 어업계장)
경남 하동군과 전남 광양시는 섬진강을 도계(道界)로 하고 있지만 같은 생활권의‘이웃사촌’이다. 섬진강의 주 산물인 재첩을 놓고 1993년 강을 반으로 나눠 동쪽 수역은 하동, 서쪽은 광양쪽 채취구역으로 분리했다. 1990년대 후반부터 섬진강 유량이 줄면서 재첩 채취량이 줄어들고 서식지가 계속 상류로 이동함에 따라 경계선 침범 여부를 둘러싼 두 지역간 마찰이 잦아졌다.
두 지역 어민들간의 다툼이 격화하자 두 자치단체는 재첩잡이 갈등을 더 이상 방치하다간 자칫 영호남 지역갈등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 해결책 마련에 나섰다. 양 시ㆍ군은 2011년 11월 ‘하동ㆍ광양 공생발전 행정협의회’를 출범시키고 상생발전을 위해 손을 잡았다.
수 차례 실무협의회를 개최, 출범 한 달 여 만에 갈등의 불씨가 됐던 재첩 채취구역을 1993년 설정한 경계기준점을 인정하기로 큰 틀에서 합의하고, 환경변화로 경계가 애매해진 지역은 현지 확인을 통해 차이가 없으면 그대로 인정하고 차이가 있을 경우 재조정키로 의견을 모았다. 양측은 경계 획정에만 그치지 않고 근본 문제인 재첩 보호와 생산량 증대에 힘을 합치기로 했다. 서로 더 잡겠다는 싸움 대신, 함께 더 많이 생산하자고 손을 잡은 것이다.
해묵은 재첩잡이 갈등이 말끔히 해결되자 두 지자체의 상생모드는 급물살을 탔다. 2012년 11월에는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두 지자체가 공동으로 장터를 열기도 했다.
지역 간 갈등을 통합의 에너지로 승화하는 지역 공동사업도 줄을 이었다. 두 지자체는 섬진강 살리기 공동사업 추진과 동서통합지대 조성을 위한 공동사업 8개를 확정, 정부에 공동 건의해 놓고 있다. 동서통합교량 건설, 섬진강 문화축제 개최, 동서통합 문화ㆍ예술 회랑 지대 조성, 봄꽃마을 명소화 사업, 섬진강포구 레포츠시설 조성, 동서통합 남도순례길 조성 등이 그것이다. 올해 광양, 하동의 주요 관광지에는 상대 지역의 관광지를 홍보하는 안내판이 설치될 예정이다.
한 때의‘재첩 갈등’해결이 영원한‘지역 상생’사업 확대로 이어진 두 지자체의 이 같은 노력은 2012년 정부로부터‘대한민국 소통대상’을 공동수상하는 등 지역협력과 상생발전의 모범사례로 꼽히고 있다.
하동=이동렬기자d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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