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메모]반바지 등장한 LG 더그아웃
LG-KIA전이 열린 8일 잠실구장. 경기 전 홈 팀 LG가 훈련 중이던 그라운드에 낯선 복장이 눈에 띄었다. 선수들은 모두 검정색 반바지를 입고 있었다. 여름철이면 대부분의 팀들이 훈련복으로 반바지를 애용하지만 LG만은 예외였기 때문이다. 김기태 전 감독 시절만 해도 LG는 7, 8월 한여름에도 긴 유니폼 바지를 입고 훈련을 했다. 선수들의 민원을 대부분 수용했던 김 전 감독이 유일하게 타협하지 않은 부분이 복장이었다. 프로야구 선수로서 예의와 품위를 중요시하는 김 전 감독은 “반바지가 그렇게 시원한가. 보기에는 별로 좋지 않다. 훈련하는 시간이 얼마나 된다고 그걸 못 참나”라며 선수들의 요청을 완곡히 거부했다.
그러나 이제 김기태 감독이 없는 LG는 주말 KIA와 3연전부터 반바지를 착용했다. 주장 이진영이 양상문 감독에게 요청했고, 양 감독이 흔쾌히 받아들였다. 시각에 따라 김 전 감독의 뜻도 일리 있으며, 그렇다고 그 동안 LG를 제외한 나머지 구단 선수들이 모두 입었던 반바지 착용이 잘못됐다고 볼 수도 없다. 어찌 됐든 김 전 감독의 등 번호인 91번을 헬멧에까지 새기고 경기에 나섰던 LG 선수들은 이제 서서히 새로운 수장의, 새로운 팀으로 변해가는 모습이다. 잠실=성환희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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