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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국민감정 어루만질 외교적 지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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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국민감정 어루만질 외교적 지혜를

입력
2014.06.0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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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와 일본 요미우리신문이 지난달 23~25일 공동으로 벌인 2014년 한일 국민의식 여론조사 결과는 실로 충격적이다. ‘양국 관계가 좋다’는 응답자가 한국과 일본 각각 11.3%, 7%밖에 안 된다. 특히 상대국에 대해 ‘신뢰할 수 있는 나라’라고 답한 응답자가 한국은 15.6%, 일본은 18%에 불과했다. 1995년 두 신문의 국민의식 공동조사가 실시된 이래 최악의 수준이다.

양국의 정치적 갈등이 국민감정에까지 짙은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는 방증이어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양국 정부가 역사 문제를 중심으로 갈등을 겪은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데도, 상대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최근 2년 사이 급격히 커졌다는 점에서 양국 정부의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

이번 조사에서는 특히 역대 40~50%였던 일본 국민의 한국 신뢰도가 급전직하하는 등 일본 쪽의 감정 악화가 두드러진다. 이는 최근 2년 간 아베 정권의 우경화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응이 강경 일변도에 그침으로써 부른 반작용일 수도 있다. 아베 신조 정권의 우경화 노선에 대해서는 일본 내에서도 다양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지만, 한국의 요구와 주문은 싫다는 뜻일 게다. 날로 격해지는 일본 내 혐한론도 이런 저류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정치관계와는 별도로 다른 분야에서는 여전히 밀접한 교류를 이어가고 있는 현실에 비춰 일본뿐만 아니라 우리 정부도 주의와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 무엇보다 일본의 ‘역사 도발’에 대한 대응 과정에서 불필요하게 일본 국민의 감정을 자극하지 않았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2012년 8월 독도 방문에 이어 “국제사회에서 일본의 영향력은 예전 같지 않다”고 한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이나, 지난 3월 한미일 정상회의 당시 한국말로 인사하는 아베 총리를 무시하듯 한 박근혜 대통령의 자세 등이 그런 예이다.

위험 수위를 넘어선 국민감정 악화를 고려하면 최대 현안인 위안부 피해자 등 과거사 문제에서도 기존 자세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도덕적 명분이 확고한 우리가 먼저 흥분할 이유가 없다. 일본 국민을 고려한 조용한 대일 외교가 긴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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