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이사회가 지난 5일 길환영 사장 해임을 의결했다. 길 사장의 해임안에는 11명의 이사 가운데 여당 추천 이사 일부가 동조, 7명이 찬성했다. 길 사장 해임은 지난달 세월호 유족들의 청와대 방문으로 보도통제 실상이 드러날 때부터 예고됐다. 그러나 이사회가 청와대와 정치권 눈치를 보느라 처리를 늦춰 혼란만 길어졌다.
길 사장은 김시곤 전 보도국장이 “청와대가 길 사장을 통해 보도를 통제했다”고 폭로한 뒤 안팎의 사퇴압력을 받으면서도 버티기로 일관했다. 이에 반발한 기자들이 제작거부에 돌입했고 양대 노조가 파업을 벌이면서 방송에 차질이 빚어졌다. 여기에 부장과 팀장 등 간부진 300여 명이 보직을 사퇴해 길 사장은 사면초가에 몰렸다. 그런데도 길 사장은 자신의 퇴진을 요구한 보도본부 부장들을 지방지사 평기자로 발령 내는 등의 보복 인사에 나서 극심한 혼란을 빚었다. 이사회의 해임 결정은 결국 길 사장이 더 이상 KBS를 이끌 수 없다는 현실적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길 사장 해임안 통과로 KBS사태는 일단 수습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다음 사장으로 누가 선임되느냐가 더 큰 문제다. 이번 사태에서 튀어나온 ‘청와대의 보도 통제’ 주장과 관련, 공영방송의 공정성 확보 방안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크다. 이런 마당에 정부가 다시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제2의 길환영’을 앉히려다간 더욱 커다란 혼란과 파행을 초래할 수 있다. 공영방송 사장으로서 균형감각을 갖춘 인사를 발탁해야 한다.
이번 기회에 사장 선임제도 등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보장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자는 목소리도 높다. 사실상 정부여당이 사장을 임명하는 것이어서 어느 정권에서나 공정성 논란이 일었다. 학계와 시민단체는 사장 선임 등 중요 안건의 경우 과반수가 아니라 3분의 2 또는 5분의 4이상 동의로 결정하자는 ‘특별다수제’ 도입도 제안했다. 적어도 한 명 이상의 야당 측 이사의 동의를 얻도록 해서 정파적 이해를 뛰어넘자는 취지다. 이번 기회에 사장 선출 제도부터 손질해 KBS가 공영방송의 제자리를 찾아가는 첫 걸음을 떼기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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