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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야, 잊지 않을게…” 영정 들고 우정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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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야, 잊지 않을게…” 영정 들고 우정의 사진

입력
2014.06.06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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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는 서로 다르지만 어울리던 절친 21명 3명이 세월호 참사로 희생

경기 안산시의 절친한 동네 친구들 21명이 지난달 한 스튜디오에서 찍은 단체 사진. 4월 단원고가 수학여행을 떠나기 전에 했던 약속을 지킨 것이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학생 3명은 영정사진으로 카메라 앞에 섰고, 다른 친구들은 ‘forever(영원히)’라고 적힌 칠판을 들어 하늘에서도 변치 않을 우정을 약속했다.
경기 안산시의 절친한 동네 친구들 21명이 지난달 한 스튜디오에서 찍은 단체 사진. 4월 단원고가 수학여행을 떠나기 전에 했던 약속을 지킨 것이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학생 3명은 영정사진으로 카메라 앞에 섰고, 다른 친구들은 ‘forever(영원히)’라고 적힌 칠판을 들어 하늘에서도 변치 않을 우정을 약속했다.

“수학여행 가기 전 단체사진 찍기로 했는데...”

“영원한 친구니까요”추억 떠올리며 눈물 글썽

“친구들아 잊지 않을게. 우리는 영원한 친구니까.”

지난달 10일 안산 최고 번화가인 중앙동의 한 영상 스튜디오에 제각각 다른 고등학교 교복을 입은 앳된 얼굴의 아이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다. 그맘때 사내 아이들끼리라면 장난과 웃음, 욕설까지 오가며 왁자지껄 떠들 법도 했지만 이 날만은 달랐다. 무겁게 입을 다문 아이들은 점잖았고 침착했다. 이들 품에 안긴 3명의 영정사진 속 또래 아이들만 환한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모두 18명의 학생들이 스튜디오에 모였을 때 이들은 아무 말 없이 영정사진을 안고 사진촬영을 했다. ‘forever’ ‘4.16’이라고 적힌 칠판을 든 아이도 있었고, 손으로 크고 작은 하트를 만들어 보내기도 했다.

영정사진 속 3명은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2학년 박정민(17ㆍ가명)ㆍ박영석(17ㆍ가명)ㆍ이주영(17ㆍ가명)군이다. 스튜디오에 모인 18명은 이들의 ‘절친’들이다. 숨진 정민군 등 3명을 포함해 21명의 친구들은 서로 출신 초ㆍ중학교도, 지금 다니고 있는 고등학교 각각 다르지만 우연한 기회에 알게 돼 ‘패밀리’가 됐다.

“정민이랑 영석이, 주영이가 수학여행 가기 전에 다 함께 단체 사진을 찍기로 했었는데 아르바이트를 하는 친구들이 있어 수학여행 이후로 사진 촬영을 미뤘어요. 그런데 이런 일이 벌어져서….”

친구들은 떠났지만 패밀리는 약속을 지켰다. 세 친구들의 시신이 모두 수습될 때까지 기다려 한 자리에 모였다. 한 줌 재가 된 영정사진 속 세 명도 하늘나라에서 변치 않을 우정을 다짐했다. 최우빈(17) 문영환(17)군은 “친구 부모님들에게 말씀을 드리고 영정사진을 받아왔다”며 “촬영 후 부모님들에게 함께 찍은 단체사진을 드렸는데 정말 고마워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다 함께 여행 가서 찍은 사진 등 친구들과 소중한 추억이 담긴 사진들을 모아 5분짜리 추모 동영상도 만들었다. 떠난 친구들에게 미처 하지 못했던 말도 각각 글로 적어 영상에 담았다.

기자에게 사진을 보여주던 아이들은 친구들과 얽힌 추억을 하나 둘 떠올렸다. 최군은 “주영이와는 ‘서든 어택’게임을 자주했는데 온라인에서는 적수가 없을 정도로 잘했다”면서 “수학여행 전날에도 함께 게임을 하고 놀이터에서 이야기를 했는데 수학여행에 들떠 있었던 모습이 떠오른다”고 말했다. 문군은 “영석이와는 내년 5월에 군 부사관 시험에 지원하기로 해 함께 헬스장도 다녔는데 이렇게 되니 너무 가슴이 아프다”면서 “나 혼자라도 반드시 부사관에 지원해서 영석이 몫까지 열심히 해낼 것”이라고 다짐했다.

추억을 떠올리던 이들은 이내 눈물을 글썽였다. “수학여행 가기 전에 놀자고 연락 왔는데 못 놀아 줬어요.” “이어폰을 빌려달라고 했는데 빌려주지 않은 것이 계속 마음에 걸려요.” “SNS 단체 대화방에서 혼자 계속 떠들어서 심한 말을 했는데 너무 후회돼요.” 이들은 떠난 친구들에게 많은 것을 해주지 못해 아쉽다고 했다. 그럴 때마다 사진을 꺼내 보며 마음을 달랜다고 했다. 이들은 21명의 패밀리가 함께 한 마지막 사진을 각자의 지갑 속에 고이 간직했다.

안산=김기중기자 k2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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