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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쳐 놓은 덫, 캠핑... 인간은 알면서도 왜 자꾸 걸려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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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쳐 놓은 덫, 캠핑... 인간은 알면서도 왜 자꾸 걸려들까

입력
2014.06.06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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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이란 무엇인가> 매슈 드 어베이투어 지음ㆍ김훈 옮김 민음인 발행ㆍ432쪽ㆍ1만6,000원

캠핑의 역사를 가로지르는 길은 두 갈래로 나뉘어 뻗어 있다. 오른쪽 길이 보이스카우트의 캠핑처럼 민족주의적ㆍ산업자본주의적 경향을 보인다면 왼쪽 길은 인간과 자연, 야생을 사랑하는 이들의 것이다. 사진은 미국 알래스카 해인즈의 캠핑사이트. ⓒ김산환
캠핑의 역사를 가로지르는 길은 두 갈래로 나뉘어 뻗어 있다. 오른쪽 길이 보이스카우트의 캠핑처럼 민족주의적ㆍ산업자본주의적 경향을 보인다면 왼쪽 길은 인간과 자연, 야생을 사랑하는 이들의 것이다. 사진은 미국 알래스카 해인즈의 캠핑사이트. ⓒ김산환

서구의 캠핑 역사ㆍ철학 더듬으며 DNA 속 수렵ㆍ채취 본능 일깨워

"캠핑은 몽롱한 일상에서 벗어나 나 자신을 확연하게 바라보는 것"

목차에 나열된 열 개 챕터_‘1.배낭 꾸리기와 텐트 치기’부터 ’10.캠프 철거’까지_의 내용과 순서는 ‘무작정 따라 하기’류 생활실용서의 꼴과 완벽히 일치한다. 게다가 다루는 이야기가 캠핑이다. 캠핑을 떠나기 전 설렘부터 야영장을 선택하고 음식을 만들어 먹는 일, 가족 캠핑과 캐러배닝(트레일러 하우스를 이용한 캠핑)의 준비 사항까지 세세하게 기술하고 있다. 그런데 읽는 이로 하여금 행간과 행간 사이에서 멈춰 깊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무척 독특한 인문교양서다.

“우리는 지평선 결핍으로 병들었다. 텐트 안에서 잠을 자는 게 캠핑의 제1원칙이다.”(196쪽)

캠핑이란 자연이 인간 앞에 놓아 둔 덫과 같은 것일 테다. 도시의 안락한 침대와 편리한 생활도구를 멀쩡히 놔두고 우둘투둘한 산비탈의 얇은 텐트 속에서 잠을 청하는 이유를, 그것 말고 달리 설명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인간은, 그게 덫인 줄 뻔히 알면서도, 왜 되풀이해서 빠지고 마는 것일까. 저널리스트이자 진지한 캠퍼인 이 책의 지은이가 하고자 하는 얘기는 그것이다.

“캠핑은 주의하고 깨어 있을 것을 요구한다. 그것은 칙칙하고 몽롱한 일상의 틀에서 벗어나 내가 누구이고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를 더 확연히 바라보게 만든다.”(25쪽)

이 책에 등장하는 캠퍼들은 ‘왼쪽 길’을 지향한다. 지은이는 캠핑의 역사를 가로지르는 길이 두 갈래로 나뉘어 뻗어 있다고 본다. ‘오른쪽’은 보이스카우트로 대별되는 민족주의적 경향, 또는 산업자본주의와 손발을 맞춘 캠핑의 길이다. 반면 왼쪽은 대항문화의 길이라고 할 수 있다. 군인을 만드는 것이 목적이었던 베이든 파월(보이스카웃 창립자)에 맞서 인간을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삼았던 톰프슨 시턴(시턴 동물기 저자), 자연과 야생을 사랑한 시인 에머슨, 숲살이 기사단과 키보 기프트 혈족 같은 급진적 캠핑 그룹의 이야기를 이 책에서 접할 수 있다.

지은이가 영국인인 만큼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 웨일스, 아일랜드의 자연이, 그리고 그곳으로 가기 전까지의 현대화한 영국 도시의 생활이 책의 배경으로 등장한다. 에세이를 읽는 듯한 느낌을 준다. 서구의 캠핑 역사와 철학을 더듬으며 우리의 DNA 속에 녹아 있는 수렵과 채취 시대의 기억을 일깨우는 책. 지은이가 꼽은, 이 시대에 통용될 캠핑의 가치는 이런 것들이다.

“우리를 에워싸고 있는 화면들로부터 벗어나게 해 준다 / 캠핑에 대한 우리 기대치는 너무 낮은 편이어서 무사히 살아남는 것 이상의 것들은 죄다 보너스에 해당한다 / 그것은 자신과 환경과의 대화다. 우리는 환경을 개선시킬 수도, 통제할 수도 없다……”

유상호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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