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례적 첫 날 공동성명 우크라 대선 결과 존중 동부 접경 군대 철수 등 요구
북한에도 경고 對北제재 충실한 이행 촉구 인권 실태에도 우려 표명
중국도 겨냥 해양 영유권 일방주장 반대 모든 당사국 국제법 따라야
주요 7개국(G7) 정상들이 4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러시아에 대해 추가 제재를 경고했다. 북한을 향해서도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개발을 중단하고 인권 상황을 개선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회담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러시아가 G8에서 쫓겨난 뒤 당초 러시아 소치에서 열려던 G8 회담을 대체한 것이다. 러시아를 제외한 7개국 정상회담은 16년만이다.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캐나다 이탈리아 정상들은 이날 발표한 외교정책 공동성명에서 러시아에 대해 ▦우크라이나 대선 결과 존중 ▦우크라이나 동부 접경에 주둔한 러시아 군대 완전 철수 ▦우크라이나 분리주의 세력에 대한 무기ㆍ병력 공급 중단을 촉구했다. 정상들은 “우크라이나의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개인이나 기관에 제재를 부과할 수 있다”며 추가 제재 가능성도 열어뒀다.
북한에 대해선 2005년 9ㆍ19 공동성명 준수를 요구하면서 국제사회가 유엔이 부과한 대북한 제재를 충실히 이행하도록 요구했다. 최근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가 밝힌 북한 인권침해 실태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명하며 북한이 유엔기구와 협조해 서둘러 이 문제를 다뤄야 한다고 지적했다. 동ㆍ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 대해서는 중국을 염두에 두고 “협박이나 무력을 동원해 해양 영유권을 주장하는 일방적 시도에 반대한다”며 “모든 당사국이 국제법에 따라 영유권 분쟁을 해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공동성명으로 미국과 유럽은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 자리를 빌려 다시 러시아를 압박하고 나선 모양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러시아가 사실상 크림반도를 무력장악한 지난 3월부터 세 차례에 걸쳐 관료, 기업에 대한 경제제재를 해왔다.
통상 이틀 간 회의 종료 뒤 발표되는 정상회담 공동성명이 회의 첫날부터 나온 것은 다소 이례적이다. 공동성명 내용의 4분의 1 가까이를 할애한 우크라이나 사태를 비롯해 시리아 내전, 리비아 정정불안, 말리ㆍ중앙아프리카공화국 무력분쟁, 이란 핵협상, 북핵ㆍ미사일 문제, 중동평화협상, 아프가니스탄 대선 등 시급한 현안이 그만큼 많았다는 방증으로 해석된다.
3일부터 나흘 간의 유럽 순방에 나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특히 푸틴을 압박하는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첫 순방국인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동유럽 10개국 정상들을 불러모아 10억달러 규모의 군사지원 계획을 밝힌 오바마는 이튿날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B-52 전략 폭격기 3대를 영국 공군 페어포그 기지에 배치하며 동유럽의 안보불안 해소에 나섰다. 미 공군의 B-52 유럽 배치는 2003년 이라크 전쟁 이후 11년 만이다. B-52 폭격기들은 2주 간 배치돼 유럽 현지 동맹국 군대와 통합 훈련을 실시하며 이 중 1대는 7일 노르망디 상륙작전 70주년 기념식에 참가한다.
오바마는 4일 브뤼셀로 가기 앞서 바르샤바에서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 당선인과 만나 전폭적인 지지 의사를 밝혔다. 오바마는 이 자리에서 방탄복, 야간투시경 등 500만달러 규모의 비살상 군사물자 지원을 약속했다.
유럽은 그러나 G7 공동성명 발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러시아 압박에 소극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에 비해 러시아와 경제ㆍ안보 분야에서 깊숙이 얽혀 있는 데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대선 결과를 인정하는 등 유연한 태도까지 보여 대립각도 다소 무뎌진 상태다. 오바마와 달리 독일 프랑스 영국 정상이 노르망디 기념식에서 잇따라 푸틴과 정상회담을 예정한 것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다.
특히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4일 G7 정상회의 직후 “유럽 전체 차원에서 러시아 제재를 결정하지 않는 한 러시아와 계약한 미스트랄 상륙함을 예정대로 공급하겠다”며 사실상 공조에 금을 내는 발언까지 했다. 올랑드는 미국 당국이 자국 최대 은행 BNP파리바에 대해 제재 위반 혐의로 100억달러 규모의 벌금 부과를 검토하는 것에 항의하는 서한을 오바마에게 보내기도 했다.
정상들은 5일 유럽의 러시아 가스 의존도 감축,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조기 타결과 유럽연합(EU)ㆍ미국의 자유무역협정(FTA) 추진에 뜻을 같이한다는 추가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회담을 마무리했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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