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와 대안교육 모색 혁신교육연구소 공동 설립
사교육 조장 국제중 문제 일반중 전환도 섬세 검토
보수 표심 60% 의견 경청 균형 잡힌 교육감 될 것
조희연(58) 서울시교육감 당선인은 5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1기 진보교육감’이 내건 혁신학교 정책을 대폭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조 당선인은 “임기 내에 서울의 혁신학교를 현재의 3배 이상인 200곳으로 늘리겠다”며 “혁신학교는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창의적인 수업과 생활지도 실험을 하도록 뒷받침하는 모델로, 일반고의 교육 혁신을 위해서도 지속적으로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균형감 있는 교육감이 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조 당선인의 득표율 ‘39.1%’는 곧 그가 아닌 보수 후보들을 선택한 60%의 유권자가 존재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조 당선인은 “임기 4년 뒤에는 그 60% 중 절반은 제게 돌려 시민 70%의 마음을 얻은 교육감으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당선 소감은.
“100일 드라마를 연출한 것 같다. 당선되리라는 생각을 못하다가 3,4일 전부터 하루하루 분위기가 달라짐을 느꼈다. 지지율도 급상승하는 추세여서 이 기조가 계속 유지된다면 당선 가능성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경기에서도 진보 진영의 이재정 후보가 당선됐는데 공동 정책을 펼 생각은.
“이 당선인과는 성공회대에서 ‘대안대학’(시민운동가의 재교육기관인 NGO대학원)을 함께 만든 경험이 있다. 이를 바탕으로 경기와 서울에 새로운 대안교육의 모델을 만들고 싶다. 수도권부터 새 교육실험이 이루어지도록 ‘수도권혁신교육연구소’를 함께 만들기로 했다.”
-현재 67개교인 서울의 혁신학교는 경기 282개교, 전북 100개교에 비해 적은데.
“곽노현 전 교육감이 2년 만에 중도하차하고, 혁신학교에 반대하는 문용린 교육감이 들어서면서 혁신학교의 확대 흐름이 중단됐다. 학교혁신은 지속돼야 한다. 제 임기 안에 200개 정도는 확장하려고 한다. 한 학교에 1억~1억5,000만원을 지원한다면, 총 200억~300억원이 드는데, 다른 불요불급한 예산을 축소하면 얼마든지 충당할 수 있다.”
-자율형사립고는 폐지하나.
“이명박 정부의 고교다양화 정책으로 탄생한 자사고는 실패한 정책이다. 출구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미달 사태를 빚어 일반고로 전환하고 싶어하는 학교는 과감하게 전환시키겠다. 설립목적에 맞게 모범적으로 운영되는 자사고는 학교가 원한다면 사립형 혁신학교로 지정해 지원을 하는 방안도 생각 중이다. 특성화된 자율학교의 취지에 부합한다면 일부는 유지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취임 이후 여러 의견을 들어보겠다.”
-입시비리 드러난 국제중은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성적조작은 굉장히 심각한 입시비리다. 이미 학교로서 정당성을 상실한 측면이 있다. 초등학교 고학년 학생들을 사교육 열풍 속으로 몰아넣은 부작용도 있다. 어떤 방식으로 (일반중으로) 전환할 것인지는 좀 더 섬세한 검토를 할 것이다.”
-과거 진보교육감과 교육부간 갈등이 많았다. 이번에 13개 시ㆍ도에서 진보교육감이 나오면서 교육부와의 관계가 달라질 텐데.
“진보교육감은 무모하게 정책을 추진하지 않으려는 노력이 필요하고, 교육부도 시도교육감의 정책을 제약하지 말아야 한다. 이번 선거에서 드러난 교육 변화에 대한 민심에 기초해서 교육부와 진보교육감 간의 새로운 협력관계를 만들어내야 한다.”
-교육부가 검토, 추진 중인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검ㆍ인정 교과서는 역사 교육의 다양성을 인정한 것인데 국정화는 반(反)시대적 측면이 있다. 그런데도 교육부가 국정체제로 돌아간다면 13개 시ㆍ도 진보교육감이 공동으로 부교재를 만들어 역사교과서로 쓰는 등 대응을 하겠다. 추진 과정에도 17개 시ㆍ도 교육감과 논의해 반대 의견을 개진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일본의 아베 총리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한국의 아베’가 아닌 그를 부끄럽게 하는 세계시민형 인간을 키워야 한다. 국정교과서 시도는 세계화 시대의 흐름에 맞지 않는다.”
-당선은 됐지만 보수 후보 지지율이 60% 이상이었다. 조 후보의 당선을 우려하는 유권자들도 있을텐데.
“저를 지지하지 않은 60%의 목소리도 경청하면서 가겠다. 급격한 변화로 인한 혼란을 우려하실 필요는 없다.”
-임기 4년 간 이것만은 꼭 하고 싶다는 것을 든다면.
“균형 잡힌 교육감이 되고 싶다. 저를 지지하지 않은 60%가 있었지만 임기가 끝날 때에는 이중 절반인 30%의 반대자만 있는 상태로 만들겠다. 평소 즐겨 쓰는 표현인데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닌 진정성의 가치와 김대중 전 대통령이 가진 뱀처럼 지혜로운 현실적 리더십, 이 두 덕목을 잘 따라서 성공한 교육감이 되고 싶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권영은기자 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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