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플레이션 위험에 직면한 유럽중앙은행(ECB)이 마이너스 금리라는 유례없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ECB는 5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정례 금융통화정책회의를 열고 기준금리인 ‘레피(Refi)’금리를 0.25%에서 0.1%포인트 내린 0.15%로 결정했다. ECB는 특히 은행들이 중앙은행에 예치할 때 쓰이는 하루짜리 초단기 예금금리를 0%에서 마이너스(-) 0.1%로 낮췄다. 초단기 예금 금리를 마이너스로 내린 것은 세계 주요 중앙은행 중 처음이다. 자금을 기업이나 가계에 공급하지 않고 ECB에 쌓아두는 은행에게 일종의 벌금을 물려서라도, 시중에 자금을 공급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ECB는 이외에도 은행들의 대출을 독려하기 위해 1차로 4,000억유로 규모의 저금리 장기대출(LTRO)을 시행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시중은행들은 ECB에서 낮은 수준의 고정금리로 장기 자금을 빌려 중소기업 대출 등에 활용할 수 있게 된다. 또 중앙은행이 채권을 사들일 때 시장에 풀리는 돈을 같은 양만큼 흡수해 통화량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불태화(不兌化·sterilization)도 중단하기로 했다. 시중에 돈이 풀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ECB는 중소기업들의 대출 채권을 모아 만든 자산유동화증권(ABS)을 직접 매입하는 방안도 고려키로 했다. 하지만 시장이 기대했던 양적완화(QE)는 발표하지 않았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필요하다면 추가 완화 조치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