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여행 떠났다가 막내만 살고 가족 참변
세월호 실종자 15명으로 시신 유실 우려 커져
제주 여행을 떠났다가 세월호 침몰 참사로 뿔뿔이 흩어졌던 조요셉(7)군의 가족이 52일 만에 다시 만나게 됐다.
조군은 사고 당시 가족 중 유일하게 구조됐고, 조군의 형 지훈(11)군과 어머니 지혜진(45)씨는 각각 사고 3일째와 7일째 싸늘한 시신이 돼 돌아왔다. 5일 오전 조군의 아버지 충환(45)씨는 침몰지점 북서쪽 40㎞ 해상에서 주검으로 발견됐다. 여동생 가족을 찾기 위해 참사 이후 줄곧 진도 실내체육관에서 지내온 지성진(47)씨는 “오래 기다리던 매제를 찾아 다행”이라면서도 “요셉이에게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막막하다”며 한숨을 쉬었다.
가족 중 마지막으로 발견된 충환씨는 아이들은 말할 것도 없고 다른 사람에게 화 한 번 낸 적 없을 정도로 순한 사람이었다. 혜진씨는 침몰 당시 요셉군에게 입힐 구명조끼를 끌어안고 있는 사진이 공개되기도 했다. 사고 당시 부부는 요셉군을 찾아 흩어진 상태였다.
요셉군은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한 달 가까이 심리치료를 받고 현재 외삼촌인 성진씨 집에서 생활하고 있다. 지훈군과 혜진씨의 시신은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안치돼 있다. 성진씨는 “시신이 까맣게 변색돼 지난달 11일 입관만 했다. 이제 아버지가 돌아왔으니 9일 가족의 영결식을 치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가족의 시신은 화장된 뒤 경기도 파주시에 있는 가족묘에 안장될 예정이다.
이날 오후 팽목항에 도착한 ‘세월호 침몰사고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소속 여야 위원들은 충환씨의 시신이 선체 밖으로 유실된 경위를 따져 물었다. 이 자리에는 심재철(새누리당) 특위 위원장과 조원진(새누리당) 김현미(새정치민주연합) 간사 등 위원 17명이 참석했다. 범정부 사고대책본부장인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과 현장 수색을 지휘하고 있는 김석균 해양경찰청장이 상황보고를 했다.
범대본은 이달 1일 사고 해역에 발령된 풍랑주의보로 수색작업에 투입됐던 선박들이 인근 항구로 대피해 있는 동안 강한 파도가 선체를 흔들면서 시신이 유실된 것으로 보고 있다. 선박들은 높이 3m가 넘는 파도가 잠잠해진 4일 복귀했다. 사흘간 유실 방지대책이 전혀 작동하지 않은 셈이어서 시신 추가 유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자리에 참석한 실종자 가족들은 시신 유실 통로로 지목된 깨진 창문이나 출입구를 막지 않은 이유를 추궁했다. 수색팀은 피항 전 잠수사가 드나드는 출입구를 그물망으로 폐쇄했지만 진입로로 사용하고 있는 선체 우측의 창문 일부는 막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주영 장관은 “잠수사들이 투입되는 창문에 그물을 치면 잠수사들이 걸려 안전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고, 그물을 쳤다 걷었다 하느라 수색작업 시간이 줄어든다”면서 “수색을 거의 마무리 한 우현 쪽은 그물을 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 장관은 “어제(4일) 실종자 가족들의 의견에 따라 그물을 모두 쳤다”고 덧붙였다. 범대본은 시신 유실 우려가 나오자 사고 발생 11일만인 4월 27일 TF를 구성, 수중 해상 항공 수색 및 해안 도보수색을 하고 있다.
이날 오후 진도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특위 위원들과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 범대본 관계자들이 참여한 간담회에서 특위 위원들은 진도 현장에 국조 특위 상황실을 설치하고 여야 특위 위원들이 상주하기로 했다. 의결 활동 등으로 자리를 비울 때에는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위원이 위원과 동일한 권한을 갖고 상황실에 상주하기로 결정했다. 이날 충환씨의 시신이 수습돼 세월호 참사 사망자는 289명, 실종자는 15명이 됐다.
진도=박소영기자 sosyoung@hk.co.kr
안아람기자 onesh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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