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김모(33)씨는 4일 오후 10시쯤 낯선 20대 여성과 ‘알몸 채팅’에 빠져 있었다. 채팅 애플리케이션(앱)에서 만난 여성은 “화끈하게 대화하자”며 ‘스카이프’ 화상채팅방으로 김씨를 이끌었다. 여성은 옷을 하나씩 벗었고, 김씨에게 음란 행위를 해달라고 부추겼다.
여성은 갑자기 “소리가 안 들려. 마이크 프로그램을 깔아”라며 채팅창에 인터넷 주소(URL)을 남겼다. 김씨는 무턱대고 그 프로그램을 스마트폰에 내려 받았다. 바로 지옥이 시작됐다. 스마트폰에 저장된 연락처 등 정보를 고스란히 빼내는 악성코드였던 것. 여성은 채팅창에 김씨의 아내와 직장 상사 등의 전화번호를 올리고 “이제 좀 감이 오냐. 80만원을 입금해”라고 했다. 자신의 음란한 모습이 지인들에게 공개될까 겁에 질린 김씨는 80만원을 송금했다. 그러나 돌아오는 건 추가 협박이었다. “400만원 더 보내.”
화상채팅방에서 남성에게 음란한 행동을 하게 한 뒤 개인정보를 빼내는 앱으로 금품을 갈취하는 스미싱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날 오전 또 다른 김모(29)씨가 300만원, 지난달 16일 대학생 이모(26)씨가 50만원을 뜯겼다.
피해자들은 수치심에 신고조차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이지만 수사기관에 피해 사실을 알려도 구제받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지난해 5월, 올해 3월 필리핀 등에 국제공조수사를 요청했으나 범인은 검거하지 못했다. 경찰은 범죄자들이 해외에 있고, 대포통장을 써서 추적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출처가 불분명한 앱을 설치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손현성기자 h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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