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성향 숨은 표도 영향
이번 선거 최대 격전지였던 경기는 새누리당 남경필 당선자의 승리로 끝났다. 경쟁자인 새정치민주연합 김진표 후보와 득표율 차이가 0.8%포인트에 불과한 신승이었다. 두 후보의 표차는 약 4만3,000여 표로 이 지역 무효표가 14만여 표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남 당선자 입장에서는 아슬아슬한 승부였다. 김 후보 입장에서는 통합진보당 후보가 사퇴하면서 발생한 무더기 사표(死票)가 뼈에 사무치는 패인이 된 셈이다.
개표 상황에서 엎치락뒤치락하는 반전은 없었다. 개표 시작 전인 4일 오후6시 발표된 방송3사의 출구조사에서는 남 당선자가 김 후보에게 2%표인트 뒤지는 것으로 나왔지만 개표 이후 남 당선자는 한 번도 리드를 빼앗기지 않았다. 오후 7시쯤(득표율0.1%)에는 남 당선자가 김 후보를 약 36%포인트 차이로 앞서나가기도 했다.
이후 격차는 빠른 속도로 줄었다. 투표함이 본격적으로 열리기 시작한 오후 8시30분쯤 남 당선자는 55.6%, 김 후보는 44.4%로 격차가 약 11% 포인트차이로 조금씩 줄었다. 5일 새벽2시쯤 남 당선자와 김 후보의 격차는 3.35%포인트 차이로 다시 좁혀졌다. 같은 시각 경기도 개표율(29.4%)이 상대적으로 더뎠던 터라 약 3%포인트 차이는 언제라도 뒤집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후에도 남 당선자의 득표율 증가폭은 하락세를 보였고, 김 후보의 득표율 증가폭은 상승 곡선을 그렸다. 남 당선자 캠프 관계자는 “경기 북부 지역에서 지지율이 높고 중원인 용인과 수원에서 박빙으로 흐르고 있어 격차는 더 좁혀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 반면 김 후보 캠프에서는 지역별 개표율을 계산하며 막판 역전 드라마의 기대를 놓지 않았다.
승패의 윤곽은 새벽 4시30분쯤이 돼서야 서서히 드러났다. 당시 개표율 62.21% 상태에서 남 당선자가 160만5,181표(51.22%)를 얻어 김 후보(152만8,505표·48.77%)를 소폭 앞서고 있었다. 이어 오전6시쯤 개표 90% 상황에서 남 당선자는 4만 표 이상 앞섰고 김 후보는 사실상 패배를 인정하면서 손에 땀을 쥐는 추격 드라마는 막을 내렸다.
전문가들은 경기도지사 선거의 분수령을 보수층의 ‘숨은표’와 통합진보당의 막판 사퇴로 인한 ‘무효표’로 설명하고 있다. 윤희웅 민컨설팅 여론분석센터장은 “여권 성향의 부동층이 그 동안 각종 여론조사에서 자취를 감췄다가 투표장에 모습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통합진보당 후보가 후보가 사전투표기간 이후에 사퇴하면서 통진당 후보를 지지했던 표가 무더기로 무효처리된 점도 승패를 가른 요인으로 지적된다.
김현빈기자 hb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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